HMM. /뉴스1

이 기사는 2026년 6월 4일 08시 2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한국산업은행이 HMM 보통주에 대한 손상검사를 위해 사용가치 평가 작업에 나선다. 최근 HMM 본사 부산 이전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이뤄진 조치여서 시장에서는 향후 매각 재추진을 염두에 둔 사전 정비 작업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산업은행이 현재 각종 구조조정 현안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매각이 재개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HMM 보통주에 대한 사용가치 및 공정가치 산출을 위해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이번 작업의 핵심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보통주 3억3413만3427주에 대한 사용가치 평가다. 산업은행은 이를 토대로 해당 지분의 손상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손상검사는 자산의 장부가액이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보다 높은지를 점검하는 회계 절차다. 회수가능액은 일반적으로 사용가치와 공정가치에서 처분원가를 차감한 금액 중 큰 값으로 결정된다. 이 가운데 사용가치는 기업이 향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현재 주가가 아니라 중장기 수익성과 사업 전망, 미래 현금창출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번 평가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 전량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HMM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해 일부 지분을 처분했지만 여전히 3억3413만3427주(35.4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일 종가(1만9480원) 기준 산업은행 보유 지분 가치는 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작업이 단순 회계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용가치 평가는 특정 시점의 주가가 아니라 HMM의 장기 영업가치와 현금창출력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향후 지분 매각이 추진될 경우 잠재 원매자들과의 가격 협상이나 기업가치 검토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성격의 작업이라는 평가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HMM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본사 이전 문제를 주요 선결 과제로 언급해 왔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과 관련해 "부산 이전이 완료된 다음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HMM은 노사 합의를 통해 부산 이전 문제를 사실상 마무리했고, 주소지 이전 등기 절차도 완료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본사 이전이라는 주요 변수가 해소된 직후 산업은행이 HMM 지분 가치 재평가 작업에 착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의 매각 협상이 무산된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민영화 작업이 다시 논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매각 재개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은행은 현재 석유화학 업종 구조조정과 KDB생명보험 매각 등 굵직한 현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과정에서 HMM 주가 변동 영향을 일정 기간 완화해 주기로 하면서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지분 매각을 서둘러야 할 유인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상검사 자체는 회계상 필요한 절차지만 결과적으로는 HMM의 적정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이라며 "본사 이전 문제가 정리된 이후 진행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향후 매각 가능성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