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5월 12일 09시 2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예보채상환기금)을 통해 보유 중인 한화생명 지분을 당분간 장기 보유하는 방향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내년 말 상환기금 청산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 주가 수준으로는 공적자금 손익분기점 달성이 불가능한 만큼 서둘러 매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예보 내부에서는 예보채상환기금 청산 전까지 한화생명 지분을 무리하게 처분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채상환기금은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설치된 기금으로, 현행 예금자보호법상 2027년 말 청산 예정이다.
예보가 당장 한화생명 지분 매각에 나서지 않는 배경에는 기금 청산 전까지 보유 자산을 반드시 현금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상 예보채상환기금은 청산 시점에 남아 있는 잔여재산과 현물자산을 예금보험공사 또는 공적자금상환기금 등에 귀속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금이 청산되더라도 한화생명 지분을 현물 형태로 넘겨 계속 보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화생명은 외환위기 당시 부실화된 대한생명을 기반으로 재편된 회사다. 정부는 1999년부터 총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2002년 한화그룹에 지분 67%를 1조1000억원에 매각했고, 2010년 한화생명 상장 과정에서도 지분 8.3%를 1590억원에 추가 처분하는 등 지분율을 현재 약 10% 수준까지 낮췄다.
현재 예보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과 관련한 미회수 공적자금은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모두 회수하려면 주가가 최소 주당 1만1000원 안팎에는 도달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날 한화생명 주가는 46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손익분기점 대비 약 57% 낮은 수준이다.
주가 흐름도 예보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한화생명은 2010년 공모가 82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상장 직후 한때 955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장기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2019년에는 4000원선이 무너졌고, 2020년 저금리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장중 1000원 아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보험업종 밸류업 기대감 등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예보 눈높이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2000~5000원대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구조적인 주가 재평가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배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주가 회복의 걸림돌로 꼽힌다. 한화생명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으로 배당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 7조853억원 가운데 3조6312억원이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묶여 있다. 이 영향으로 2024년과 2025년 연속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예보 입장에서는 현재 주가 수준에서 추가 블록딜에 나설 경우 공적자금 회수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다만 과거 블록딜 당시와 유사한 7000원대 주가가 형성될 경우 일부 지분 매각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예보가 단기 회수보다 장기 보유 전략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상환기금 청산 이후에도 지분을 현물 형태로 이전해 보유를 이어갈 수 있는 데다, 현 시점에서 무리하게 매각할 경우 회수율 저하와 공적자금 손실 논란을 동시에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보는 과거 7000원 초중반대에서 한화생명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 적이 있다"며 "최소한 당시와 유사한 가격대는 형성돼야 내부적으로도 매각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