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4월 22일 08시 3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최근 롯데렌탈 인수 허가를 받기 위해 SK렌터카를 되팔겠다는 의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전했지만, 공정위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어피니티가 SK렌터카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기업결합 불허 결정이 났는데, 뒤늦은 조건 수용만으로 결론을 바꾸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롯데그룹의 상황도 꼬이게 됐다. 공정위의 입장을 돌리기 쉽지 않아 롯데렌탈을 어피니티가 아닌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이 불가피해졌지만, 이 경우 거래 종결까지 1년가량 더 걸릴 수 있다.

롯데렌탈의 제주 지역 렌터카 대여소인 롯데렌터카 제주 오토하우스 전경. /롯데렌탈

22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SK렌터카 매각을 골자로 한 어피니티의 자진 시정방안에 대해 공정위 고위 인사가 사실상 거절의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인사는 "한 번 불허 결정이 나왔으면 끝 아니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인수를 완결하기 위해 SK렌터카를 되팔기로 결정하고 최근까지 이해 관계자들과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 왔다. SK렌터카를 신속하게 매각하려면 가격을 최대 수천억원 인하하는 게 불가피한 만큼, 롯데렌탈 인수가를 낮춰 손실을 보전하고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의 이 같은 노력에도 공정위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어피니티가 공정위의 구조적 시정조치 요구를 이미 한 차례 거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공정위는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장기 렌터카 시장의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SK렌터카를 매각할 것을 요구했으나, 어피니티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의 이번 행보는 과거 공정위로부터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냈던 기업들의 사례와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건부 결합 승인이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 심의 과정에서 시정 조치를 수용해 중복 노선의 슬롯·운수권 이전과 운임 인상 제한, 공급 축소 금지 등의 조건을 받아들인 바 있다.

2020년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했을 때도 공정위의 최종 결정 전 DH가 시정 조치를 수용하는 단계를 거쳤다. DH는 당시 국내 2위였던 음식 배달 업체 요기요를 매각하는 강수를 뒀고, 그 결과 1위 배달의민족을 살 수 있었다.

대한항공이나 딜리버리히어로와 다르게 어피니티는 이미 '불허' 처분이 확정된 이후 시정안을 내밀었다. 이는 법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하는 자는 의결서 송달일로부터 30일 안에 사유를 갖춰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기업결합을 신규로 다시 신청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공정위가 앞서 제시했던 구조적 시정조치를 어피니티가 거부해 불허 결정이 났던 것이어서, 공정위가 입장을 바꿔 기업결합을 승인해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피니티가 이제 와서 '당시 거부했던 조건을 이행할 테니 결정을 바꿔달라'고 하면, 공정위 입장에선 행정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상황이 꼬였다. 어피니티가 아닌 다른 원매자와 손잡는 게 불가피해진 상황이나, 그러려면 눈높이를 대폭 낮춰 재매각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매각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시간도 적잖이 소요된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주식을 주당 7만7115원에 인수하기로 한 바 있다. 롯데그룹이 당시 시가(2만9000원) 대비 160%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기로 했던 것이다. 현재 주가는 3만300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롯데렌탈 인수전에 새롭게 뛰어들 원매자도 제한적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특히 장기 렌터카 업체들이 1, 2위 업체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결합을 크게 문제삼았고, 그게 공정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며 "이를 고려하면 이미 렌터카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들은 인수가 쉽지 않고, 사모펀드 같은 재무적투자자(FI)들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피니티 측은 롯데렌탈 인수와 관련해 롯데그룹과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