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나이스 사옥. /청호나이스 제공

이 기사는 2026년 4월 17일 15시 2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의 청호나이스 인수 추진 과정에서 상속 분쟁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고(故) 정휘동 전 회장의 전처 소생인 정성훈씨가 자신의 몫을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칼라일은 청호나이스 지분 전량을 인수하길 희망하는 만큼, 향후 2대주주가 될 정씨와의 협상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씨는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청호나이스 지분을 최대 20%가량 보유하게 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은 최근 청호나이스 유족 측과 단독 협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한 상태다.

매각 대상은 청호나이스와 계열사 마이크로필터, 엠씨엠의 경영권 지분이다. 그 외에도 정 전 회장이 보유했던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 역시 매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협의 중인 매각가는 청호나이스 지분 100% 기준으로 8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호나이스가 매물로 나오게 된 건 창업주인 정 전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면서다. 유족들이 2000억원 넘는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경영권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1993년 청호나이스를 설립한 이래 쭉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 6월 향년 67세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청호나이스 지분 75.1%를 갖고 있었으며, 해당 지분은 부인 이경은 회장과 차남(이 회장 소생) 정상훈씨에게 상속됐다. 2대주주는 정 회장 가족 회사인 마이크로필터(지분율 12.99%)이며, 정 전 회장 동생 정휘철 부회장이 지분 8.18%를 보유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정 전 회장 생전에도 경영권 매각을 검토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전 회장이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제시하며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 정 전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칼라일이 유족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은 자금력이 넘쳐 인수대금 마련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거래 대상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다. 정 전 회장 부인인 이경은 회장 등은 정 전 회장의 유언장을 근거로 정성훈씨가 피상속권이 없다고 주장하나, 정씨는 유언장의 효력을 문제삼으며 서울중앙지법에 유언무효확인소송과 상속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정씨의 몫을 청호나이스 지분 10.7~21.5%로 보고 있다. 현행 민법상 배우자가 직계비속과 공동상속할 경우 배우자 상속분은 자녀 1인의 1.5배이고, 직계비속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다. 상속인을 배우자 1명과 자녀 2명으로 놓으면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7분의 3, 자녀 각 7분의 2가 되며, 자녀 한 명의 유류분은 7분의 1로 계산된다.

반면 유언이 깨지거나 상속인 지위가 강하게 인정돼서 법정 상속으로 가면, 해당 자녀의 몫은 7분의 2까지 커질 수 있다. 정 전 회장이 유족에게 상속한 청호나이스 지분이 총 75.1%이니, 정성훈씨가 가져갈 수 있는 지분은 10.7~21.5%인 셈이다.

이 경우 정씨는 청호나이스의 확고한 2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칼라일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칼라일은 청호나이스 지분 전량을 인수하길 희망한다"며 "정성훈씨가 2대주주로 남아있으면 향후 의사결정 및 지배구조 이슈가 발생할 수 있으며 엑시트(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걸림돌이 생겨 골치아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청호나이스 지분을 얼마나 가져가게 될지도 관건이지만, 칼라일이 정씨 지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 줄지도 변수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칼라일 입장에선 정씨 지분을 소수지분으로 취급해 더 낮은 가격에 인수하고 싶겠지만, 정씨가 여기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오히려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서 더 비싼 가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칼라일이 어디까지 동의해 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