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9월 16일 11시 1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대체투자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갑이 되고 있다. 출자자(LP)들이 투자 위험이 큰 PEF 출자보다 대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는데, 금리마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량 매물을 가진 PEF 운용사에 돈을 빌려주려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지분 투자도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PEF 운용사가 기업 인수를 위한 인수금융이나, 이미 가진 기업에 대한 리파이낸싱(차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분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에코비트와 효성화학 특수가스 등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기업들을 비롯해 주요 도심지의 ‘A급 오피스’들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수금융과 리파이낸싱 금리가 5%대로 떨어진 가운데 대출만큼은 PEF 운용사인 GP가 갑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예고된 시점이라 미리 높은 금리의 우량 대출을 내주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 연기금, 공제회 등 LP들은 올해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대출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골프존카운티 리파이낸싱을 진행 중인데, 대출과 함께 에쿼티 투자도 함께 받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맥쿼리자산운용도 IMM PE로부터 합성의약품 전문 위탁개발사업(CDMO) 업체인 제뉴원사이언스를 75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에쿼티(지분) 투자를 함께 하는 기관에서 대출을 실행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돈을 빌려주겠다는 곳은 많지만, 이들이 구미가 당길 만한 우량 기업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체투자 시장 전반이 살아난 것은 아니지만, 대출은 확실히 GP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LP 투자의 한 축을 담당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쪽으로 출자하기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공급이 몰린 측면도 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위에서는 단순히 PF는 하지 말고 대체투자를 늘리라는데, 리스크를 생각하면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며 “결국 검토 기간이 짧더라도 회수 가능성이 높은 인수금융이나 차환에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투자 행태가 LP 입장에선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의견도 있다. 같은 LP가 한 기업에 선순위인 인수금융과 후순위인 지분 투자를 같이 해줄 경우, 기업가치가 내려가 지분 투자분을 날려야 할 순간이 와도 망설일 수 있다는 것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내 돈을 지키기 위해 내 돈을 날려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