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끝낸 다음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각 사 제공

영풍·MBK는 18일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목적 공개매수를 마무리한 후 훼손된 주주가치를 회복하고자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이들은 매입 자사주에 대한 전량 소각을 주주환원책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현재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각각 경영하고 있다. 영풍과 MBK는 이달 13일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 상태다.

고려아연(010130)은 올해 3월 주주총회 이후부터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왔다. 5월 이후 현재까지 사들인 자사주는 2588억원 규모다. 이는 고려아연 지분의 2.4%에 해당한다.

MBK는 고려아연이 과거에는 자사주를 매입할 때 ‘소각’ 목적이라고 공시했는데, 올해 3월 이후로는 소각 목적 외에 ‘임직원 스톡옵션’, ‘주주가치 제고’ 등으로 용처를 불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주식시장에서 해당 자사주 매입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 용도로 의심하는 근거라는 게 MBK 측 주장이다.

영풍(000670)과 MBK는 “해당 자기주식 2.4%(2588억원)를 전량 소각하고, 4차 자사주 매입 취득 금액 중 잔여금액(약 2900억원)으로 향후 취득하게 될 자기주식도 전량 소각하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한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했다.

배당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고려아연의 과거 3개년 평균 주당 배당액은 1만8333원, 과거 5개년 평균 주당 배당액은 1만6800원이다. 영풍과 MBK는 “현재 배당성향을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해 궁극적으로 배당액을 주당 2만5000원대까지 확대하도록 이사회와 소통할 계획”이라고 했다.

MBK 측은 “기 매입된 자사주뿐 아니라 매입 예정인 자사주도 주주환원 목적으로 전량 소각하는 것이 맞다”며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 방어용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총 5500억원 규모 자사주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MBK는 이날 오전에도 이번 공개매수 시도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MBK 측은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하다”고 했다.

MBK에 따르면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격차는 지난 25년 동안 상당했다. 2002년에는 장씨 일가(45.51%)와 최씨 일가(13.78%)의 지분 격차가 31.73%포인트(p)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3.1%로 최씨 일가(15.6%)보다 2배 이상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MBK는 설명했다. 그러나 최씨 일가와 우호세력을 포함한 지분은 33.99%로 양측이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