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9월 13일 11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폐기물 관련 업체를 줄줄이 인수하고 있다. 규제 산업인 데다 현금흐름이 좋고, 예측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가치 상승 여력은 크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평가돼 자금 조달을 위해 출자자(LP)를 설득하기도 용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미 PEF 운용사가 한 차례 인수했던 매물은 기업가치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 컨소시엄(IMM PE·IMM인베스트먼트)은 에코비트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에코비트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인데, 회사가 6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어 매각 가격은 2조1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올해 예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2500억원이지만, 안정적인 인프라 자산이라는 점이 부각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에코비트는 폐기물 처리 업체로 국내 매립시장 1위 사업자다. 2021년 태영그룹 계열사인 TSK코퍼레이션과 KKR의 에코솔루션그룹(ESG)을 합병해 만든 기업이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PEF 운용사인 KKR이 지분을 절반씩 갖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인한 태영그룹 구조조정 중에 주주들의 합의로 M&A시장에 나왔다.

에코비트 외에도 여러 폐기물 업체가 PEF 운용사를 새 주인으로 맞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는 지난달 플라스틱 폐기물 전문 기업인 KJ환경을 1조원에 인수했다. 상반기 산업폐기물 매립장 업체 제이엔텍 인수에 나선 어펄마캐피탈과 더함파트너스도 거래 종결을 앞두고 있다. 젠파트너스는 폐기물 중간처분업체인 창원에너텍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이 한창이다.

폐기물 산업 가치 사슬은 크게 ▲수집과 운반 ▲재활용과 재처리 ▲소각 ▲매립으로 분류된다. 이중 소각과 매립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10~20%, 20~40%로 높은 편이다. 폐기물 종류는 ▲생활 폐기물 ▲산업 폐기물 ▲건설 폐기물 등으로 나뉜다. PEF 운용사들은 전체 가치 사슬에 모두 관여하는 종합 폐기물 업체부터 소각장과 매립장만 보유한 업체까지 다양하게 사들이고 있다.

PEF 운용사들이 폐기물 업체를 눈독 들이는 이유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모두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는 새로 지을 수 없어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고, 규제 산업이라 경쟁자가 새로 생기기 어렵다”며 “지자체 문턱을 넘어도 지역 주민은 물론 환경단체까지 달라붙어 반대하다 보니 새로 사업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업체가 지금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투자 위험도 존재한다. 폐기물 사업도 결국 산업 발전의 수혜를 먹고 살다 보니 경기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오면 폐기물 업체의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경제와 산업이 발전할수록 폐기물도 늘어나기 마련”이라 “폐기물 중 건설 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함께 성장이 멈춘다는 점도 변수”라 말했다.

업계에선 PEF 운용사가 인수했던 매물은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PEF 운용사가 이미 기업가치 개선 작업을 충분히 진행했을 경우, 더는 수익성을 강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PE 업계 관계자는 “너도나도 폐기물 딜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번 PEF 손을 탄 매물은 먹을 게 없을 것이라 보고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하더라도 목표 수익률을 높게 잡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폐기물 처리업 시장 규모는 23조7000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폐기물 처리 기업의 평균 기업가치도 2017년 대비 2020년에는 280% 불어났다. 국내 폐기물 발생량 자체는 줄고 있다. 한국폐기물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억5678만톤(t)이었던 국내 폐기물 발생량은 지난 2021년 기준 1억9738만톤까지 증가했으나, 이듬해 1억8645만톤으로 다소 주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