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8월 28일 10시 3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스타트업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시장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빠른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장점에 자금을 쏟았던 벤처캐피털(VC)은 물론 여의도 자산운용사마저 프리IPO를 외면하고 있다. 상장 몸값이 눌리고, 상장일 이후 주가 추이마저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피부미용 소재 제조사 A사는 최근 프리IPO 추진을 중단했다. 내년 코스닥시장 상장 추진 방침을 확정, 상장 전 생산 설비 확장을 위한 프리IPO 투자유치를 택했지만, 철회했다. VC 등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정서희

‘에어택시’ 개발사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대형 드론 제조사 B사도 프리IPO 투자유치서 난항을 겪고 있다. 내달 중으로 상장예비심사 청구 일정을 정하고 일찌감치 900억원 몸값에 약 100억원 규모 투자유치에 나섰지만, 투자유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리IPO를 대하는 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상장 전 지분투자로 불리는 프리IPO는 특정 회사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고, IPO가 임박했을 때 이뤄진다는 점에서 VC와 자산운용사 등의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딜로 통용됐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미용 소재 제조사와 드론 제조사의 프리IPO는 최근 K뷰티 인기와 정부의 방산 지원 등 분위기를 반영하면 수요가 몰려야만 하는 딜”이라면서 “이들 기업의 프리IPO마저 쉽지 않다는 의미는 프리IPO 시장이 완전히 침체했다는 의미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프리IPO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는 상장 문턱이 높아진 점이 지목된다. 당장 한국거래소가 실적 전망은 물론, 지분 구조 변동에 따른 투자자 위험까지 따지고 나서면서 신규 상장 추진 기업들의 몸값 낮추기가 이어지고 있다. 프리IPO 몸값과 비슷한 수준에서 상장이 이뤄지는 셈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1500억원 몸값으로 프리IPO를 추진했으면 VC 입장에선 상장 후 시가총액이 2000억원 수준으로 적어도 30%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하지만 상장 추진 과정에서 몸값이 눌려 2000억원 예상 몸값이 절반으로 꺾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신규 상장사의 주가가 상장일 반짝 상승에 그치고 있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상장 1년 이내 취득 지분은 6개월 의무보유를 규정하고 있다. 기술성장기업은 1년이다. 보호예수 기간 만료 후 투자금 회수 시점에 주가 하락으로 수익을 보지 못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증시에 입성한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는 하나같이 상장일 반짝 상승 후 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신규 상장 기업 9곳 중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곳은 4곳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노스페이스, 케이쓰리아이 등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사례마저 등장했다.

시장에선 프리IPO 철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심사 강화로 증시 입성을 목표로 IPO 절차에 나섰던 기업들의 심사 철회마저 늘고 있어서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프리IPO의 장점은 상장 임박으로 투자금 회수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그게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