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8월 19일 14시 4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9부능선을 넘었다. 소시어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가 펀드의 공동운용사(Co-GP)로 나서기로 했고, 현대글로비스가 1500억원 출자를 확정지으며 든든한 우군으로 합류했다. 인수자 측은 인화정공과 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총 2000억원의 투자확약서(LOC)를 받아놨다. 현대글로비스의 합류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인화정공 등의 출자액은 미지수가 된 상황이지만, 어쨌든 딜 성사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당초 소시어스 컨소시엄이 조달하고자 한 자금은 4000억원이다. LOC를 낸 곳 중 인화정공만이라도 예정대로 1000억원을 모두 출자한다면, 컨소시엄은 500억원만 더 모으면 실탄 장전을 완료하게 된다. 현재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픽=정서희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에 150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에어인천을 보유한 기존 펀드 ‘소시어스 제5호 PEF’의 사이즈를 키우는 방식이다(☞에어인천, 아시아나 화물 부채 없이 떠간다… 기존 펀드에 최대 4000억 증자).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한투파 PE본부는 1000억원을 출자하는 게 아니라, 소시어스가 운용 중인 펀드 ‘소시어스 제5호 PEF’의 Co-GP가 돼서 소시어스와 함께 펀드 레이징을 하고 있다. 이 펀드에는 기존에 인화정공이 출자해 놓은 1000억원이 있는데, 3000억원 이상을 증액해 최소 4000억원짜리 펀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받은 LOC만 놓고 보면 컨소시엄은 이미 목표액을 채운 상태다. 기존 펀드 출자자인 인화정공이 1000억원을, 인수금융 주선사로 참여한 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이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에쿼티(지분)로도 출자하기로 했다.

다만 인화정공·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이 LOC 내용대로 총 2000억원을 출자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현대글로비스가 들어오면서 지분 구조에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인화정공은 펀드의 최대 출자자이자 후순위 출자자로서 다른 주주들의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었으나, 현대글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위치에 변화가 생겼다. 인화정공이 있던 자리에 현대글로비스가 들어가게 됐고, 인화정공은 그 대신 우선매수권 없는 선순위 출자자가 됐다(☞아시아나 화물, 선순위 출자자는 인화정공…최대 출자자는 현대글로비스 될 듯). 만약 예정대로 펀드에 1000억원을 더 넣는다면 인화정공이 최대 출자자가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대글로비스(1500억원)가 최대 출자자다.

컨소시엄은 펀드 사이즈를 4000억원 이상으로 키운 뒤 그중 3000억원을 특수목적법인(SPC) ‘소시어스 에비에이션’에 내리기로 했다. SPC에는 인수금융 3000억원도 들어간다. 이렇게 6000억원을 만들어서 자회사 에어인천에 내린 뒤 4700억원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대금으로 쓰고, 나머지 1300억원은 향후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분할 법인이 신주 발행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투입할 계획이다.

펀드의 결성 기한은 내년 7월 1일이다. 아직 약 1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일단 대한항공은 이달 초 에어인천과 체결한 매각 기본합의서(MA)를 토대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승인을 받아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클로징할 예정이다. 이후 에어인천이 10여개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고 인허가를 취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현재로선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경영권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경영권을 살 목적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향후 에어인천 주주들의 지분을 먼저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면서 후순위 출자자가 됐다”면서 “경영권을 인수하지도 않을 건데 굳이 후순위로 내려가며 리스크를 짊어졌겠느냐”고 말했다. 만약 컨소시엄이 향후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되팔 때 이번 인수 가격보다 낮은 값에 매각해 손실이 발생한다면, 선순위에 있는 출자자부터 돈을 분배받게 된다. 이를 워터폴(waterfall) 방식이라고 한다.

다만 현대글로비스가 갖게 된 옵션은 콜옵션이 아닌 우선매수권인데, 이는 GP 입장에서 좀 더 유리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콜옵션은 일정 조건을 충족할 시 현대글로비스가 원하면 무조건 지분을 넘겨야 하지만, 우선매수권은 먼저 GP가 의향을 물어봐야 행사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