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8월 12일 08시 2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NPX(222160)가 9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77억 원 규모 전환사채권(3회차) 발행 결정을 철회하며 공시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NPX에 벌점 3점을 부과했다.

해당 전환사채(CB)를 인수하려던 곳은 컨설팅사인 NPX홀딩스다. 올해 2월 NPX의 최대주주가 된 곳이다. NPX홀딩스는 지난해 10월부터 NPX의 전신인 바이옵트로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CB 투자도 결정했다. NPX홀딩스는 NPX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취득하고 바이옵트로 최대주주였던 김완수 전 대표 측으로부터 구주를 사들여 올해 2월 바이옵트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NPX홀딩스가 NPX(옛 바이옵트로)의 경영권을 손에 넣자마자 회사는 증시에서 퇴출될 위기를 맞았다. 매출이 비정상적으로 적어 상장폐지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NPX 주식은 2월 14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NPX홀딩스는 최대주주가 된 후 끝내 CB 대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NPX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것이다. 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면 이 역시 상장폐지 심사 사유가 된다.

NPX홀딩스는 벤처기업 창업 및 매각으로 수천억 원대 자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사무엘 황씨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회사다. 사실상 그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 한국계 미국인인 황 대표는 배우 클라라씨의 남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벤처 창업자이자 투자자로 활동해 왔다. 중국에서 창업했던 교육 기업 뉴패스웨이에듀케이션을 2014년 사모펀드에 1000억 원대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투자회사를 세워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사무엘 황 NPX 대표

황 대표는 그간 스스로를 투자 전문가로 소개해 왔다. NPX홀딩스는 법인·M&A·분할합병 컨설팅업을 하는 회사로 소개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그가 NPX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주식 거래 정지 사태는 의아함을 자아냈다. 기업 M&A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 전문가가 코스닥 상장사를 사들이자마자 상장폐지 위기를 맞았다는 게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부실 실사, 불확실한 인수 자금 조달 방안, 불분명한 신사업 계획 등 다양한 의혹이 따라붙었다.

일반 주주들은 경영권 손바뀜 과정에서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영문도 모른 채 손발이 묶여버렸다. NPX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후, 5월 20일 거래소로부터 10개월간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거래소가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전 어느 정도의 시간을 번 셈이다.

내년 3월 20일 개선 기간 종료 후 한국거래소가 상장 유지냐 폐지냐를 결정할 때까지 주식 거래는 계속 정지된다. 개선 기간 종료 후 개선 계획 이행 내역서 제출, 이를 바탕으로 한 기업심사위원회 심사 등 상장폐지 여부 결정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14개월 이상 매매 정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말 황 대표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4월 거래소에 제출한 개선 계획서상 매출 목표만 달성하면 주식 거래 재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주주 적격성 등 다른 이슈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매출 계획만 이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황 대표 측은 거래소에 4월에서 12월까지 9개월간 매출 136억 원을 채우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그런데 통화 시점에 이미 목표치의 85%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분기 매출이 3억 원이 안 돼 상장 적격성 심사 사유가 발생한 회사가 약 두 달 만에 1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끌어왔다는 얘기다. NPX는 지난 6월 13억 원 규모 장비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으나, 그 후로는 매출과 직결되는 판매·공급 계약 공시가 나온 적은 없다.

매출 목표를 이행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거래 정지를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매출액 미달 때문에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어도 심사위가 매출, 재무, 기타 투명성 등 종합적으로 심사한다”며 “매출 부문만 해소된다고 해서 상장 유지가 결정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NPX의 경영권 변동, 매매거래 정지에 이르게 된 과정,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개선 계획서 이행의 현실성 등 쟁점을 짚어봤다.

① 확실한 자금 조달 방안 없이 인수 추진

황 대표는 NPX홀딩스를 통해 NPX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224억 원가량을 썼다. 당초 지난해 10월 옛 바이옵트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70억 원을 투자하고, 바이옵트로가 발행할 77억 원 규모 CB도 인수하기로 했다. 이어 약 한 달 후인 지난해 12월 1일 NPX홀딩스와 재무적투자자(FI)들이 기존 최대주주인 김완수 대표 측으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297억 원(구주 247만3610주)에 인수하는 ‘경영권 이전 포함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유상증자, CB, 경영권 양수도 모두 자금 납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납입 주체와 납입일이 계속 바뀌었다. 일부 FI는 투자를 철회하고 일부는 금액을 대폭 줄였다. NPX홀딩스와 FI가 나눠맡은 총 양수도액은 252억 원(187만3610주)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 측은 계획보다 더 많은 주식을 비싸게 떠안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PX홀딩스는 NPX 구주 57만3610주(지분 6.78%)를 김완수 대표 등으로부터 주당 2만6906원, 총 154억 원에 인수했다. 다른 FI에 적용된 김 대표의 주당 매각가(1만4820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어 올해 2월 NPX홀딩스는 유상증자 주금도 납입해 NPX의 최대주주(지분율 22.46%)가 됐다.

황 대표가 앞서 한 웹툰 플랫폼을 1억6000만 달러에 인수할 때도 우회적으로 인수 대금을 조달해 잡음이 일었다. 먼저 코스닥 상장사를 사들인 후 이 회사 자금(유상증자, CB 발행 등)을 이용해 웹툰 플랫폼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② 분기 매출 미달로 상폐 사유 발생몰랐나

그러나 NPX의 최대주주가 NPX홀딩스로 변경됐다는 공시가 나온 지 9일 만인 2월 14일, NPX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회사가 이날 제출한 직전 분기(2023년 10~12월, 회계 3분기) 보고서의 매출액이 3억 원 미만이라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분기 매출은 1억7000만 원에 불과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분기 매출 3억 원 미만은 주된 영업이 정지된 경우로 분류된다.

황 대표 측이 NPX의 매출 현황을 왜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과거 재무제표만 봐도 분기 매출이 3억 원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적이 있었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 후 잔금 납입 전 회계 현황을 들여다볼 시간도 있었다.

황 대표는 전 경영진의 잘못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기 때문에 김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대표는 김 전 대표에게 반도체 사업을 하는 IT제조사업부 대표를 계속 맡기고 있다. 법적 대응을 염두에 둔 전 대표에게 핵심 사업부를 맡긴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 클라라씨와 남편인 사무엘 황 NPX홀딩스 대표. /인스타그램(actressclara)

③ ”개선 계획서 목표 매출 이미 85% 채웠다” 주장… 공시는 없어

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 여부를 조사할 때 초반부터 NPX의 영업 지속성,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소가 연장 조사를 거쳐 NPX를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으로 결정한 후, 황 대표와 김경수 공동대표는 4월 19일 거래소에 경영 개선 계획서를 제출했다. 당시 거래소는 지난해 NPX 영업손실(67억 원 적자)이 1년 전 대비 10배 이상 커졌다는 잠정 재무제표를 받아 든 것으로 파악된다.

황 대표 측은 연말까지 남은 3개 분기 동안 매출 136억 원, 영업이익 16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연매출(37억 원)의 3배가 넘는 매출을 9개월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사업 영속성이 불확실한 반도체 장비 제조사업을 갑자기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미 거래소에 제출한 매출 목표의 85% 정도, 110억 원 가까이 매출을 확보했기 때문에 계획서 이행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내와 해외에서 새로운 매출처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중 공시로 확인된 것은 6월 중국 기업과의 13억 원 규모 장비 판매 계약뿐이다. 매출 확보 관련 추가 공시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측은 계약 체결과 실제 계약액 납입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중간에 계약이 어그러지거나 계약 대금이 납입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에선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계약 해지 공시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계약 수주를 했다는 것만으론 매출 계획을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매출은 상장 유지냐 폐지냐를 심사하는 수십개 항목 중 하나일 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심사대에 올라온 회사가 개선 기간 종료 전 조기에 계획서 내용대로 완전히 이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④ CB 납입 취소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되고 벌점 받아

황 대표는 6월 7일 NPX 공동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이어 8개월간 납입하지 않고 질질 끌던 CB 발행도 취소시켰다. CB에 함께 돈을 넣기로 했던 투자 파트너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업, 투자업 등 신사업 추진도 중단했다.

황 대표는 현재 회사 현금이 충분해 굳이 CB 자금을 넣을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거래 정지 상태에서 돈이 묶여버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CB 발행 취소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며 벌점까지 받았다.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