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서비스 전문업체 채비가 상장 채비에 나섰다. 대표 상장 주관사 선정에 나서면서 증시 입성을 예고했다. 조 단위 기업가치를 노려볼 수 있는 매력적인 회사라는 평가가 많아 증권사 기업공개(IPO) 본부 수장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1조~2조원대 몸값을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가파르게 성장했던 전기차 시장은 전망이 불투명하다. 채비는 1년 만에 기업가치가 2~3배 뛴 걸 인정받고 싶어 하는 상황이라, 난도 높은 딜로 꼽히고 있다.

장중호(왼쪽) 홈플러스 마케팅부문장과 정민교 대영채비 대표가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 5층 주차장에 문을 연 전기차충전소에서 전기차 충전을 시연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비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한 증권사별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마무리하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달 말에는 주관사 선정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목표 상장 시기는 이르면 내년이다.

채비의 주관사 선정은 증권사 사이에서 빅딜로 꼽힌다. 하반기 조 단위 기업가치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나선 곳 중 최종 선정하지 않은 곳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업체 리벨리온, 채비 정도다. 채비는 민간 전기차 급속충전 서비스 업체 중 시장점유율 1위인 점이 부각됐다.

2016년 설립된 채비는 초급속∙급속 충전기를 포함한 총 5000여기의 자체 충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채비스테이’, 구독형 요금제 ‘채비패스’를 선보인 게 특징이다.

채비 주관사 입찰 경쟁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대부분 1조~2조 원 사이의 기업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몸값이 배 이상 뛰었다. 채비는 지난해 6월 기업가치 4600억원을 인정받아 스틱인베스트먼트, KB자산운용으로부터 1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내년에 상장한다고 가정하면, 마지막 투자 후 2년 만에 기업가치가 최소 2배, 최대 4배 오른 셈이다. 채비 기업가치가 뛴 배경에는 매출액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매년 매출액이 늘어나는 점을 성장성 지표로 볼 수 있어서다. 채비 매출액은 지난 2022년 536억원, 지난해에는 780억원으로 한 해 동안 45% 성장했다. 기술력도 탄탄하다고 강조한다. 전기차 급속충전은 완속 충전에 비하면 화재 위험도가 높은데, 채비는 이를 기술적으로 개선했다고 부각한다.

채비는 시장점유율을 높여 후발주자와 격차를 넓히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충전 서비스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서 선두 주자 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자가 지속돼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채비는 아직 버는 돈은 없다. 채비의 영업손실은 2022년 138억원에서 지난해 18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42억원에서 194억원으로 불어났다. 매출액 증가율과 향후 성장성에 기대 조 단위 몸값을 산출한 셈이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내세웠지만, 시장 분위기에 따라 기업가치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우선 정부가 충전기 보급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실제 시장 성장률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채비도 매년 수백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 2022년에는 324억원, 지난해는 294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수령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관심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한 VC 심사역은 “지난해 말부터 이차 전지 관련 기업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올해 4월 채비가 1000억원 정도 펀딩을 준비했는데, 직전 투자와 다르게 인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산업에 진출한 점도 일각에서 우려하는 요소다. GS에너지는 2022년 말 기준 국내 충전기 최다 보유 업체인 차지비를 인수해 GS차지비를 출범시켰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합작법인 LG유플러스 볼트업을 선보였고, SK그룹은 SK에너지, SK시그넷, SK일렉링크 등을 통해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롯데정보통신이 이브이시스를 인수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 진출했다.

자본력이 막강한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시장 구조도 변하고 있다. 채비는 민간 사업자 중 시장점유율 1위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업자를 묶는 기준을 달리하면 뒤로 밀려난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 시장 현황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1위는 GS그룹(16.6%), 파워큐브(14.6%), 에버온(11.0%), SK그룹(8.2%), 스타코프(7.6%) 등으로 나타났다. 대영채비는 2.7%로 11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