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나스닥 증권거래소. /로이터 연합

최근 미국 증시 상장을 호재성 재료로 띄우는 기업이 늘면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국 증시 상장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심사 통과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국 회사가 미국 메이저 증권거래소에서 입성한 사례도 많지 않다. 몇 년간 미국 상장을 추진만 하다가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과장이 섞여 있는 홍보 자료를 잘 구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알뜰폰 사업자 인스코비(006490)의 바이오 계열사 아피메즈는 7일 아피메즈 미국 법인의 미국 증시 상장 승인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미 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보완 절차를 완료해 승인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예상 상장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인스코비는 2021년부터 아피메즈 미국 법인의 미국 상장 추진을 흘렸다. 아피톡스의 미국 임상 3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아피톡스(한국명 아피톡신)는 벌의 침에서 추출한 독성 성분을 정제·건조해 만든 골관절염 치료제다. 회사 측은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권고에 따라 아피톡스를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자금 부족으로 임상 3상은 진척이 없는 상태다.

회사 측이 제시한 미국 상장 예정 시점은 수년째 뒤로 미뤄졌다. 인스코비는 2021년 9월 아피메즈 미국 법인이 미국 바이오 전문 투자은행 A사로부터 800만 달러를 투자받기로 했다고 홍보했다. 아피톡스 임상 3상 진행을 위한 6000만 달러 확보를 위해 A사로부터 1차로 투자금을 받고 2022년 상반기 중으로 나스닥 기업공개(IPO)를 통해 2차 자금 조달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당시 현대차증권은 “다발성경화증 환자 대상 임상이 미국에서 본격 추진되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논의가 본격화되고 기술 이전 계약 기대감을 주목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회사 측은 약 한 달 후 A사의 투자금 납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미국의 여러 증권거래소 중 어느 곳에 상장한다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인스코비는 3월 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아피메즈 미국 법인이 스몰캡(중·소형주)용 시장인 NYSE 아메리칸에 상장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나스닥캐피털마켓(나스닥의 3개 시장 등급 중 하나로, 상장 조건이 다른 두 개 등급보다 덜 엄격함)에 가고자 했으나 주관사 의견에 따라 NYSE 아메리칸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NYSE 아메리칸 역시 쿠팡이 상장된 그 NYSE(뉴욕증권거래소)가 아니라, ICE(인터컨티넨털 익스체인지) 산하 중소형주 거래소다. 상장 승인 여부와 관련해 회사 측은 “SEC의 권한이므로 우리의 기대나 예상 시점은 의미가 없다”면서도 “(SEC의) 1차 보완 요청 내용은 근본적인 사항에 대한 중대한 보완 요청이 아니었으므로 금방 승인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사를 보면 임상 3상까지 가도 미국 FDA 승인은 또 다른 얘기”라며 “이와 연계된 미국 증시 상장과 같은 주가 띄우기성 정보 유포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암 체외 진단 기업 큐브바이오는 2019년 나스닥 상장 운을 띄운 후 아직 상장을 완료하지 못했다. 큐브바이오는 2019년 1월 나스닥에 상장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화권 자산운용사 영성한원이 큐브바이오의 나스닥 상장 주관을 맡았다. 그러나 5년이 지나도록 상장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큐브바이오는 지난달 스팩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하겠다고 또다시 밝혔다. 미국 글로벌펀드LLC를 자문사로 지정한 데 이어, 나스닥 상장 스팩 마운틴크레스트V와 내년 1분기 합병 상장을 목표로 텀시트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텀시트는 계약서보다 구속력이 낮은 협의서다. 회사 측은 합병 비율 등 구체적 정보는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마운틴크레스트V의 시가총액은 4446만 달러 수준인데, 큐브바이오는 합병 기업 가치를 6억2000만 달러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