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金)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과 지정학 리스크 등이 금값을 치솟게 한다고 분석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이슈들은 전부터 쭉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급등’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가격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시선을 연간으로 넓혀보면, 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하반기에는 금값이 다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금 제품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지난 5일 한때 온스당 2141.7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은 작년 12월 초 온스당 2135.39달러를 기록하며 2020년 8월의 전고점(2075.47달러)을 넘어선 바 있다. 이후 조정을 거쳐 이달부터 다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CNBC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금값 랠리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11월 미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키운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가격 급등을 불러올 정도로 갑작스러운 이슈가 아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연준의 6월 금리 인하론이 금 가격을 이끈다고 평가하지만, 6월 금리 인하 전망은 3월 금리 인하 전망이 지연된 결과”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반기 금 가격 지지 요인인 건 맞지만, 3월 들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미국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이 크게 달라진 부분도 없다. 미 경기가 여전히 연착륙 중이라는 게 시장 중론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확산으로 보기에는 유가·비트코인·나스닥 등 가격 변동성이 큰 주요 위험자산의 랠리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결국 최근 금값 급등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최 연구원은 “역대 최고치 돌파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강하게 쏠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단기적으로는 급등 이후 가격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까지 길게 보면 금 가격이 점진적인 상승 흐름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예정이어서다. 금리는 금 매수의 기회비용으로 인식돼 금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씨티그룹은 하반기에 금값이 2300달러까지 오를 확률이 25%라고 내다봤다. 또 향후 12~16개월 내 300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금 가격이 치솟으면서 올해 들어 부진했던 금 투자 펀드 수익률도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금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96%다. 그러나 최근 금값 상승 덕에 최근 일주일 수익률은 2.08%로 플러스(+) 영역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