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을 다시 추진하고 나섰다. 올 초부터 금리 조건 등을 놓고 대주단과 협상을 벌이다 중단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자산 매각 시 인수금융을 가장 먼저 변제한다’는 약정을 제외하고자 했지만, 대주단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이번에는 해당 약정을 살려놓고 만기 연장과 금리 상향 조정 등의 조건에 대해서만 협상 중임에도,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간석점 매장 전경. /홈플러스 제공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이달 우리은행, 신한은행, 메리츠증권 등 금융기관들과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놓고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내년 10월 만기인 잔여 인수금융 약 1조2000억원이 그 대상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4조3000억원를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당시 계약에는 자산 매각 시 인수금융을 먼저 갚겠다는 약정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20여개 점포를 매각하며 인수금융을 변제해 왔다.

다만 해당 약정은 홈플러스에 독이 됐다. 2020년 4300억원에 경기 안산점을 시작으로 20여개 점포를 팔았지만, 인수금융 변제에 돈을 쓰느라 홈플러스의 사업 경쟁력 제고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에도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초 리파이낸싱을 조기 진행해 이제라도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주단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담보로서 홈플러스 지분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의 협상은 5월 중단됐다.

MBK파트너스는 약 반년 만에 리파이낸싱을 재시도하면서 ‘자산 매각 시 인수금융 최우선 변제 약정’ 완화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단이 원하는 조건을 최대한 맞춰줘야 리파이낸싱 성공 가능성이 그나마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5% 수준이었던 대출 금리가 얼마나 조정될지가 이번 협상의 관건이다.

/그래픽=손민균

IB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의 이번 리파이낸싱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엔 홈플러스가 가진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에 5%의 금리를 인정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주단 가운데는 10% 이상의 금리를 제시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담보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부동산 자산은 이미 유동화를 할 만큼 했고, 남은 부동산은 시장 침체 때문에 가치가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홈플러스는 2020년 경기 안산점을 시작으로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부산 가야점, 대전 동대전점, 부산 해운대점 등을 매각했다. 지난 8월에는 대구 내당점 매각 절차도 마무리했다. 2017년 전국 142개에 달했던 매장 수는 현재 132개로 줄었다.

일부 금융기관은 아예 대주단에서 빠지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MBK파트너스가 매장을 매각할 당시 롯데건설이 신용보강을 제공했는데, 롯데건설마저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홈플러스는 본업 실적까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22년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35억원 영업손실을 낸 것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홈플러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1104.6%, 59.4%에 달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가진 대형마트로서의 근원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리파이낸싱의 핵심은 대출 금리가 얼마나 올라가느냐로 판가름 날 것”이라면서 “이 경우 MBK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