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고전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의 손실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코스닥에 대한 개인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실제 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6조원을 순매수하며 손실 만회를 위한 손바뀜이 분주하다. 공모주 시장 역시 얼어 붙으면서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위한 코스닥 기업 투자 ‘옥석가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조선비즈는 최근 새로운 이슈가 있거나, 투자자들에게 주목 받는 코스닥 기업들을 골라 소개해본다. [편집자주]

2차전지 전극공정 장비업체 씨아이에스(222080)(CIS)가 최근 새 주인 찾기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스닥 시장 48위(시가총액 약 9308억원)인 씨아이에스의 경영권 매각 입찰에 LG, 한화, LS 등 대기업도 예비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풍문까지 들리면서 주가도 한때 들썩였다. 씨아이에스는 2차전지 관련 테마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씨아이에스는 이달 말 예비입찰을 통해 매각을 본격화한다. 매각주관사인 KB증권은 지난달부터 원매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고 있으며 20여곳이 이를 수령했다. 매각 대상은 씨아이에스의 최대주주인 지비이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공동 업무집행사원인 SBI인베스트먼트와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 그리고 김수하 대표이사의 보유지분을 합친 약 28%다.

씨아이에스 전경./회사 제공

최근 주식시장의 불황과 긴축 공포로 인수합병(M&A) 시장도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2차전지 관련주 만큼은 예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차전지 성장과 함께 주요 대기업들도 신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 기업 인수전에 전격 뛰어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씨아이에스 인수전에 관심을 보인 기업으로는 LG, 한화, 만도, 코오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전기차 업계의 성장이 본격화하자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도 폭증을 대비해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은 베터리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솔루션도 주력 사업인 태양광에 이어 반도체 등 첨단제조 부문에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인수에 직접 뛰어들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씨아이에스의 최대주주는 지비이홀딩스 주식회사(지분 22.88%)이며, 김수하 대표이사 외 2인이 2대 주주(6.63%)다.

씨아이에스의 최대주주 지분구조

씨아이에스의 한 관계자는 매각설과 관련해 “최대주주인 지비이홀딩스와, 업무집행사인 SBI인베스트먼트는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면서 “이와 관련해 자문사 선정 후 필요한 절차를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이며, 이외 현재까지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 2차전지 전기차 핵심 부품, ‘전극공정 장비 생산’ 부문도 주목

씨아이에스는 2차전지 전극공정 장비 생산 전문기업이다. 2차전지 전극공정 기술을 최초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주력 생산 장비는 코터(coater), 롤프레스(Roll press), 슬리터(slitter) 등이다. 코터는 동박과 알루미늄박 위에 양극과 음극 전극을 일정하게 코팅하는 장비다. 캘린더(Calender)는 코팅된 극판의 밀도를 높이고, 슬리터는 모든 과정을 거친 극판을 일정 크기로 절단한다. 이후 조립과 공정을 거쳐 2차 전지가 만들어진다.

특히 롤프로스 장비는 두께 제어가 가능하며 글로벌 톱 티어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선호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제품별 매출 비중은 캘린더 67.4%, 슬리터 14%, 코터 10.8%, 기타 8% 등이다.

씨아이에스는 지난해 매출이 1327억원, 영업이익은 16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각각 12.4%, 17.6% 증가했다. 2차전지 관련 업체를 보면 수주 확대로 실적이 성장세를 보이지만, 투자 확대로 적자를 보이는 것이 대부분인 것과 비교하면 ‘우수한 성적표’다.

씨아이에스의 국내 주요 고객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다. 해외 고객사로는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 등이 있다. 국내 고객사의 생산 능력 추가 상향 조정으로 전극 장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차전지가 기존 스마트폰에서 나아가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 받으면서 씨아이에스의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증권가 “씨아이에스, 주가 상승 여력 있어...올해 해외 추가 수주 기대”

증권가에서는 씨아이에스의 주가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씨아이에스는 주가는(16일 종가 기준) 1만6000원 수준이다. 52주 최고가는 2만1950원이며, 최저가는 1만300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씨아이에스의 목표가를 1만7400원으로 제시했다. SK증권과 부국증권은 별도의 목표가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올해 수주 증가로 인해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씨아이에스는 고객사의 생산 능력 향상, 본격적 해외 수주 증가로 인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수주 증가로 인해 매출액은 약 1800억~1900억원을 달성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배터리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따른 추가적 수주 증가도 기대된다. 씨아이에스는 영국의 배터리 기업 브리티시볼트(Britishvolt)와 전극 공정 설비와 관련해 1133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도 체결했다.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3257억원을 기록했다. 추가적인 자본적 지출(CAPEX, 설비투자) 투자를 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처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장비업체는 주요 생산 공정의 핵심 장비 생산 여부와 고객사 내 시장점유율(M/S) 등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4년간 생산능력 증설을 위한 장비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때 전극 공정업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내 시장점유율을 20~30% 수준으로 가정할 때 2025년까지 수주 가능 금액은 7800억~1조20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