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해 하반기 중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해외 지점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점검한다. 최근 일부 은행의 해외 지점에서 자금세탁 방지 체계상 미비점이 발견되자 금감원이 점검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범죄 조직의 대규모 범행 이후 자금세탁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1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4대 은행의 해외 지점 자금세탁 체계 점검의 구체적인 일정과 대상을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다. 자금 세탁은 마약·사기·횡령·보이스피싱 등 범죄로 얻은 불법 수익을 여러 금융 거래를 거쳐 출처를 숨기고 정상적인 자금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해외 지점 중에서 동남아시아 지점이 주요 대상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해외 지점 고객의 거래 패턴과 종사 업종 등을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의심 고객을 적절하게 분류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또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한 자와 거래하지 않았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금융사들은 특정 금융 거래가 자금세탁이나 테러 자금 조달로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에는 거래 내역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하는데, 금감원은 보고를 제대로 했는지도 살펴본다.
FIU는 지난해 11월 초국경 범죄 관련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FIU는 일부 은행이 동남아 해외 지점·자회사에 대해 서면 점검에만 의존하는 등 내부 통제상 일부 미비점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지난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 전북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금융사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이 프린스 그룹과 총 52건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린스 그룹은 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캄보디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거대 기업 집단이다. 이들은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인신매매·온라인 사기·불법 감금 등 각종 강력 범죄의 배후 조직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영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들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감금 사망 사건과도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해외 지점이 이상 거래를 방지하는 체계를 제대로 갖췄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