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최근 1년 사이 국공채를 줄이고 주식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들은 통상 국공채 등 안전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하지만, 최근 보험 수익이 악화하자 주식 비율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는 주식, 국공채 등 항목별 투자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보사 22곳이 보유한 주식 규모는 올해 5월 말 기준 177조9388억원으로 1년 전(44조9981억원)보다 약 4배로 늘었다.
3대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의 보유 규모가 가장 크게 늘었다. 삼성생명의 주식 보유 규모는 168조7797억원으로 1년 전(37조1639억원)보다 354.2% 늘어 생보사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화생명(088350)은 3조9964억원, 교보생명은 3조192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5%, 20.3% 늘었다.
반면 최근 1년 사이 생보사 22곳이 보유하고 있는 국공채 규모는 312조2429억원으로 11.1% 감소했다.
보험사는 주식 등 위험 자산 비율이 늘면 주요 건전성 지표인 지급 여력 비율(킥스·K-ICS)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을 추가적으로 적립해야 한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가 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만든 지표다.
생보사들은 최근 보험 수익이 악화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 22곳의 올해 1분기 보험 손익은 1조706억원으로 전년 대비 868억원 감소했다.
국공채 비율을 줄이면 자산·부채의 만기 차이인 '듀레이션 갭'이 커질 수 있다. 생보사는 만기가 긴 보험 계약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에 맞춰 장기 국공채를 보유하며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맞춘다. 자산보다 부채가 급격하게 커져 건전성이 악화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국공채 비율이 줄면 자산의 평균 만기가 짧아져 듀레이션 갭이 확대될 수 있고, 금리 변화에 따른 건전성 변동도 커질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올해 보험사의 듀레이션 갭을 점검하고, 내년에는 경영 실태 평가 기준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는 지난 6월 22일 9114.55(장 마감 기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달 3일에는 6257.45까지 하락했다. 생보 업계 관계자는 "건전성 측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이 수익 확대를 위해 주식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