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동시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지원의 필요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지방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현실화와 잔금 대출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금융 규제 개선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아파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부동산 보유 부담이 낮았던 점과 함께 전세대출을 거의 무제한으로 지원했던 것도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 대출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집값 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는 만큼 이제는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미 대출 한도와 보증 비율을 줄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일반적인 전세 대출은 더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전세대출 등 꼭 필요한 실수요자에게는 핀셋형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며 "이런 계층은 계속 지원하고 일반적인 전세대출은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미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른 곳에 전세를 얻는 데까지 굳이 대출을 지원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에도 일정한 실거주 수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도를 기존보다 축소한 상태에서 일부 지원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4억~5억원까지 가능했던 한도를 현재는 2억원 수준으로 줄였고, DSR 산정 시 이자 부담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줄이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추가적인 전세대출이 꼭 필요한지는 계속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주에 거주하는 공인중개사 안동성씨는 "지방과 수도권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DSR 규제가 지역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에서 거래되는 주택은 대부분 4억~5억원 수준이지만 평균 근로자의 월급은 271만원, 연봉으로는 약 3300만원 수준"이라며 "현재 DSR 40%와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실제로는 3억~3억5000만원 수준의 주택밖에 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지방과 조정 대상 지역을 구분해 수도권 규제는 유지하더라도 지방은 DSR 적용을 일부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일반적인 규제만으로는 다양한 상황을 모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주비 대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민들이 모두 이주해야 철거와 착공이 가능한데 다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주비를 지원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며 "이주비 규제만 일부 완화해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훨씬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월세로 거주 중인 박민섭씨는 상속으로 인해 생애 최초 주택 구입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그는 "저희 부부 모두 집을 산 적이 없지만 제가 미성년자였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주택 지분 일부를 상속받았고, 성인이 되기 전 경제적인 이유로 모두 처분했다"며 "단순히 전산상 주택 소유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애 최초 LTV 70%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시민위원회와 같은 심의 기구를 통해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심사하고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