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의 달러 예금이 석 달째 늘고 있다. 개인은 외화 예금을 팔아 증시로 옮겨가고 있지만, 기업들은 향후 투자에 쓰기 위해 수출 대금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은행에 쌓아두는 것으로 보인다.
3일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외화(달러) 예금 잔액은 3월 말 590억700만달러(약 91조1363억원)에서 6월 말 658억5200만달러(약 101조7000억원)로 석 달 새 약 68억달러(약 10조원) 늘었다. 전체 외화 예금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기업·기관이 3월 이후 달러 보유를 크게 늘리면서 전체 잔액이 늘었다.
개인은 2월을 정점으로 내림세다. 5대 은행의 개인 달러 예금은 2월 말 약 136억3600만달러에서 6월 말 120억7500만달러로 15억달러 넘게 줄었다. 연초부터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환율이 더 오르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가 기업에 달러 환전을 요청하고 외환 당국도 구두 개입을 이어가고 있어 환율이 추가로 대폭 인상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몇 달간 달러 예금 수요는 거의 없고, 외화 예금을 빼서 반도체 ETF(상장지수펀드) 등 증시 상품에 넣으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에 달러 환전을 요청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해외 투자에 대비하느라 소극적인 모습이다. 과거에는 수출 기업의 실적이 좋으면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 원화 약세 압력이 완화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