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보험사기는 브로커들이 알음알음 환자를 모집하고, 모집 수당도 현금이나 지역 상품권으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 증거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역 의료계는 인적 네트워크가 좁아 내부 고발이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고요. 모집 규모와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만큼 금융 당국과 보건 당국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하는데, 담당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응이 미흡한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직원 A씨는 지난 17일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요양병원에 입원할 환자를 모집하는 브로커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브로커는 특정 요양병원 직원으로 등록돼 활동하기도 하지만, 별도 소속 없이 개인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이들은 요양병원으로부터 환자 1명을 유치할 때마다 모집 수수료를 받기로 약속한다. 유치한 환자가 실손보험 가입자면 건당 70만원, 실손보험이 없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이면 30만원을 지급하는 식으로 실손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수수료 단가가 달라진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입원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매출을 챙길 수 있어서다. 4세대 실손을 기준으로 비급여 치료 보장 한도는 통상 5000만원 수준이다.
이후 브로커는 요양병원 다인실에 입원한 뒤 주변 환자들에게 은밀히 접근해 더 높은 페이백을 제공하는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한다. 경우에 따라 30~40% 수준의 높은 페이백 비율을 약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백은 환자가 지불한 치료비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행위로, 의료법상 불법이다. 모집에 성공한 브로커는 자신이 유치한 환자에게도 수수료를 챙긴다.
요양병원은 입원 환자의 실손보험 보장 한도에 맞춰 고가 치료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특정 질병 코드로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 한도가 소진되면 요통 등 다른 상병으로 진단명을 바꿔 다시 보험금을 청구한다.
특정 질환으로 입원한 뒤 피부 리프팅 등 치료 목적과 무관한 미용 시술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병원은 입원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않도록 페이백 비율 인상 등도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양병원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브로커를 영입하는 동시에 환자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페이백을 제시한다. 보험금 편취가 지역 요양병원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환자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예전에는 환자 한 명이 지인 1~2명을 소개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모집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지난해 적발된 사례 중에는 모집인 1명이 1년 동안 360여 명의 환자를 유치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기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보험사가 이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모집 수수료나 페이백이 현금이나 지역 상품권으로 오가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인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내부 제보 활성화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역 의료계는 인적 네트워크가 좁고 평판이 중요해 병원 종사자들이 보험 사기 정황을 인지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유관 기관은 기관별로 권한이 분산돼 있어 유기적인 대응도 쉽지 않다. 현행법상 요양병원이 보유한 진료 기록과 담당 의료진 정보 등 세부 자료를 조사할 권한은 보건복지부에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가 의심 사례를 금융감독원에 제보하더라도, 복지부의 도움이 없다면 추가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 금감원이나 보험사가 복지부에 조사를 의뢰하더라도 건강보험 부정 수급과 연관이 없는 실손 보험 관련 사안의 경우 조사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유관기관의 협조 없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에 신고하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금융 당국과 보건 당국 간 공조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요양병원 보험사기를 적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 간 공조 체계가 느슨하게 유지되는 사이 요양병원 보험사기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