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다음 달 KB금융(105560)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압축 후보군) 발표에 앞서 지배구조 개선안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현재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개선안에는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 3연임 제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22일 오전 서울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KB금융이 7월 3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 발표를 앞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전에 금융위원회가 지배 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입법 절차를 진행하고 모범 규준에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최근 지주 회장 3연임 제한 안건 구성을 마무리했고, 일부 보완·강화되는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최근 대출 규제 우회로로 지목받고 있는 사내 대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현재 기업 복지 영역과 금융 당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연계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자본주의 체계상 한계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금감원이 관련 사안을 주도할 수 있는 정책 당국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공익적인 측면에서 사내 대출을 일정 부분 규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DSR 체계에 편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 지방 이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밝혔다. 현재 금감원은 강원도 원주로의 이전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3월 "현장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인데, 감독하는 사람이 떠나면 우스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이날도 "공사판 현장 감독이 현장을 떠나 어디 가겠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겠나.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정책은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감경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당시 금감원의 권한으로는 과징금을 아무리 줄여도 1조4000억원 이하로 내릴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금융위에 관련 안건을 전달할 때 재량 감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함께 알렸다"고 했다. 이어 "처음 과징금을 산정할 당시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다. 최근 법 시행 초기 계도 기간에 의무 이행을 위해 노력했다면 고의 중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와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금감원은 홍콩 ELS 불완전 판매 제재심의위원회 논의 결과 4조원대 과징금을 검토했으나 은행권의 자율 배상 노력 등을 반영해 사전 통보 단계에서 2조원대로, 제재심에서는 1조4000억원까지 감경한 바 있다. 이후 금융위가 지난달 14일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 등의 보완을 요구하며 제재안을 반려하자 추가 검토를 거쳐 6000억원 수준으로 재조정됐다. 홍콩 ELS 과징금 규모는 다음 달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요양병원 페이백 문제를 포함한 보험사기 대응 강화 계획도 밝혔다. 페이백은 환자가 지불한 치료비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행위로, 의료법상 불법이다. 이 원장은 "보험사기 대응을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요양병원 문제에 대해서는 주무 기관인 건강보험공단에서도 협조해 주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원장은 또 "드라마 '참교육'에 나오는 것처럼 중·고등학교 내에서도 도박과 불법 사금융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부대 역시 예외가 아니며, 6000명가량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 조정 대상자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원래 금감원 내에서 금융교육은 비주류 업무에 속했는데, 이 같은 추세로 인해 주류화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