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 리플(Ripple) 아시아·태평양(APAC) 세일즈 디렉터는 "앞으로 가상 자산 시장의 승자는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 가장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실행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는 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13일 말했다.

이 디렉터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6 미래금융포럼' 강연에서 "디지털 자산 시장은 이제 실험 단계가 아니라 기관 중심 확장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은진 리플(Ripple) 아시아·태평양(APAC) 세일즈 디렉터가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6 미래금융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이 디렉터는 디지털 자산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커스터디(Custody·수탁)' 서비스를 제시했다. 커스터디는 고객의 가상자산을 수탁받아 보관·관리하고 고객 요청에 따라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 자산 이전을 수행하는 서비스다.

이 디렉터는 "과거 커스터디는 단순히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기능으로 이해됐지만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역할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며 "이제는 기관이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통제하고 이동시키고 어떤 정책 아래 운영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 디렉터는 특히 실물 자산 토큰화(RWA·Real World Asset)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글로벌 실물 자산 토큰화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6000억달러에서 2033년 18조9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큰화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 혁신보다 금융 운영 구조의 재설계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 디렉터는 "토큰화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누적된 복잡성과 비효율, 비생산 구간을 줄이는 방식"이라며 "발행·정산·컴플라이언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중개 단계를 축소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디렉터는 현재 가상자산 시장이 두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첫 번째는 스테이블코인과 국경 간 결제, 24시간 유동성 관리 등 '토큰화된 화폐' 영역이고, 두 번째는 토큰화 자산 발행과 거래, 수탁 등을 포함한 '토큰화 금융' 영역이다.

이 디렉터는 "이제 시장의 핵심 질문은 토큰화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규제 프레임 안에서 실제 운영 가능한 모델을 만들 것인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디렉터는 리플의 커스터디 사업 전략도 소개했다. 리플은 커스터디를 단순 수탁 기능이 아니라 기관의 디지털 자산 운용 전체를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로 정의하고 있다. 결제·재무·자산관리·컴플라이언스 등 기존 금융기관의 분절된 시스템을 하나의 정책 구조 안에서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는 "기관 고객은 커스터디만 강하다고 해서 충분하지 않다"며 "보관과 이동, 거래, 유동성, 스테이블코인, 시장 접근성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야 실제 사업 운영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커스터디는 더 이상 금고가 아니라 기관 금융의 새로운 컨트롤 패널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