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 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100배 이상 올랐다가 90% 넘게 폭락하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현물 물량을 독점한 특정 세력이 가상 자산 거래소에서 현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만기일이 없는 선물 계약) 펀딩피(funding fee)로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펀딩피는 롱(long·상승에 베팅)과 숏(short·하락에 베팅) 포지션이 균형을 이루도록 수수료처럼 주고받는 돈이다.

9일 가상 자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이렌(SIREN), 레이브다오(RAVE), 랩(LAB) 등은 단기간에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거래소 고팍스에 상장된 레이브다오 가격은 지난달 초 350원 수준에서 지난달 18일 한때 4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급락해 현재는 700원 수준이다. 지난 3월 1달러에 못 미쳤던 사이렌 가격은 지난달 17일 약 2.1달러까지 상승했고, 랩은 현재 최저가 대비 약 5800% 오른 상태다.

그래픽=이은현./조선비즈DB

이들 가상 자산의 특징은 초기에 시가총액이 낮고 특정 지갑에 많은 물량이 몰려 있다는 점이다. 레이브다오와 사이렌의 경우 전체 유통량 중 각각 98%, 88.5%가 한 지갑에 있었다. 레이브다오와 관련된 가장 자산 지갑이 랩 물량을 보유한 지갑과 동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상 자산 조사 분석가 작(Zach)XBT는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시세 조종으로 추정되는 세력이 현물 시장과 선물 시장을 연계해 펀딩피로 수익을 올린다고 주장했다.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으면 펀딩피는 양수(+)를 기록하고 롱 포지션이 숏 포지션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현물 가격이 높으면 그 반대다.

펀딩피는 최대 2%로 1~8시간 단위로 지급된다. 예를 들어 펀딩피가 1시간 단위로 -2%이고 1000달러 숏 포지션을 잡았다면 매시간 롱 포지션을 잡은 사람에게 20달러를 지급하는 것이다. 만약 현물 물량을 독점한 세력이 롱 포지션을 잡은 뒤 현물 가격을 올려 펀딩피를 음수로 조성하면 매시간 펀딩피를 받을 수 있다.

단기간에 급등한 가상 자산은 대부분 급락한다. 국내 거래소는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무기한 선물이 없고 현물만 상장돼 있어 가격이 급락하면 투자자는 손실을 입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