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수익성과 누적된 부실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애물단지로 꼽히던 저축은행이 부실을 상당 부분 털어내면서 최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교보생명이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저축은행 업계의 M&A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인수 적격 후보군(숏리스트)으로 선정된 메리츠금융지주(138040)한화생명(088350), 바이칼인베스트먼트는 현재 본입찰 참여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UBS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매각 주관사는 이달 말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저축은행 사옥. /뉴스1

메리츠와 한화는 애큐온 인수를 통해 금융업 외형 확장을 노리고 있다. 메리츠는 저축은행을 인수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한화는 기존 한화저축은행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6%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의 매각가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다만 원매자의 가격 부담을 고려하면 최종 매각가는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5조177억원으로 업계 5위다.

앞서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한 KBI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거래 종결이 예상됐지만 자본 확충과 금융당국 인가 심사 등의 영향으로 일정이 다소 늦어지는 분위기다.

태광그룹도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OK금융그룹과 인수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되면서 이후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태광그룹은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추가 인수를 통해 업계 내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출 중개 핀테크 기업인 핀다도 대원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 한 회계법인과 M&A 절차 및 구조를 논의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저축은행 M&A가 활발해지면서 시장에서 대형 저축은행 매물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2024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연체율이 10%에 육박하면서 M&A 시장에 저축은행 매물이 쌓였는데, 상황이 정반대가 된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부동산 PF 부실 자산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부실이 줄어들자 금융 산업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는 저축은행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금융 당국도 저축은행 업권의 신속한 구조 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M&A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지역별 영업 구역 제한이 있는데, 복수의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사실상 시중은행 수준의 여수신 영업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전국 단위 금융 영업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