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선거철 단골 소재였던 기업은행(024110) 지방 이전 공약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지방 이전을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하는데, 필요성과 명분이 충분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 노동조합 반발도 심하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6월 지방선거에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로 출마하는 일부 정치인은 "기업은행을 우리 지역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고 있다.

기업은행 전경.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인 김부겸 전 총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기업은행 대구 이전을 추진하겠다. 대구에 있는 10인 이상 사업장 3000여 개가 모두 중소기업이기에, 설득력 있는 공약이다"라고 했다. 박명균 국민의힘 진주시장 예비후보도 "기업은행 진주 유치를 '경남도 1호 현안'으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행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자는 주장은 2014년 기업은행 정책금융 파트너인 신용보증기금(신보)이 대구로 이전한 뒤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대구 지역 정치인들 사이에서 "신보에 이어 기업은행도 대구에 와야 하지 않나"는 주장이 있었으나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이후 2018년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수도권 122개 공공기관 추가 이전 계획'에 기업은행이 포함되면서 본격적인 정치권 화두가 됐다.

기업은행 본사를 옮기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은행법 제4조 1항은 '중소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돼 있다. 2019년 4월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옮기는 내용이 들어간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곽대훈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등 발의)이 나왔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선거철마다 지방 이전 주장→관련 법안 발의→국회 계류→법안 폐기가 반복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선거철마다 올라오는 지역 균형 발전 공약에 기업은행이 희생양이 되는 느낌"이라며 "실제 이전이 추진되면 상당한 갈등과 인력 이동이 발생할 텐데, 이를 감수하고 옮긴 기업은행에 기존의 역량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은행 이전 필요성이 정말 있는가를 두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을 원하는 지역이 많아 당정이 본격적으로 다룬다면 내부 갈등만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4월 성명을 통해 "(기업은행 본사 이전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와 정치권의 고질적인 표(票)퓰리즘"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기업은행 노조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 중이다.

공공기관 이전의 가장 큰 명분이었던 '인구 분산 및 지방 활성화'는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처 등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완료된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인구 분산 효과는 목표치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공공기관 인근 혁신도시 상가와 산학연 클러스터 공실률은 40%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