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이 51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금고 자리를 놓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경쟁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915년부터 100년 넘게 금고를 지켜왔으나, 지난 입찰에서 신한은행에 자리를 빼앗긴 상태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 간 과도한 출연금 경쟁이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시금고 선정을 위해 오는 5월 4~6일 은행들로부터 제안서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5월 중순쯤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열어 시금고를 선정할 계획이다.

일러스트=제미나이 나노바나나2

서울시는 심의 결과에 따라 금고별 최고 득점 기관을 1금고와 2금고로 지정하게 된다. 1금고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2금고는 기금을 맡는다. 현재는 1·2금고 운영권 모두 신한은행이 갖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9일 시금고 입찰설명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과 SC제일·IBK기업은행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에 은행들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서울시 금고지기는 5조원 넘는 저원가성 예금(은행이 0.1% 수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예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 서울시 금고 운영권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기관 영업, 자체 홍보 등 차원에서 간판 역할을 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번 입찰을 두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2파전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1915년 경성부금고(현 서울시금고) 시절부터 100년 넘게 서울시 금고를 맡아 왔다. 그러나 신한은행에 2019년 1금고, 2023년 2금고 자리까지 빼앗겼다. 100년 전통의 시금고지기라는 명예를 되찾기 위해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상태다.

신한은행은 8년간 서울시 금고 운영을 맡으며 출연금, 전산망 구축 등에 6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순순히 금고지기 자리를 내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 TF를 구성해 입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금고지기 쟁탈전에 은행들이 과도한 출연금 경쟁을 벌이면서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금고지기는 수익 측면에서 좋은 자리라 보기 어렵다. 운영 수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은행이 내는 출연금보다 적어 적자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저원가성 예금에서 오는 장점도 있고 워낙 상징성이 큰 자리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막대한 출연금을 감수하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