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 주요 현안에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과징금,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등 굵직한 현안이 계속 지연되는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최근 홍콩 ELS 불완전 판매 과징금과 관련해 청와대 보고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별 금융사 제재 안건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권에선 과징금 책정에 청와대 의견이 반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 /뉴스1

금융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홍콩 ELS 불완전 판매 과징금 수위를 논의했으나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올 초 홍콩 ELS를 판매했던 4대 은행에 약 4조원의 과징금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이후 열린 1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자율 배상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약 2조원으로 내렸고, 최종 심의에선 약 1조4000억원으로 낮췄다.

금융권은 최종 과징금이 늦어도 1분기 중에는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금융위원회는 3월 두 차례 정례회의에 이어 이달 1일 정례회의에서도 과징금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청와대가 과징금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제재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도 청와대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당초 금융위의 2단계 입법을 위한 연구용역에는 대주주 지분 제한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현 정부 고위급 인사의 의견이 반영돼 대주주 지분 제한이 추진됐다고 한다.

이후 당정은 논의 끝에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법인은 34%)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마저 무기한 연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의견 조율을 이유로 '홀딩(중단)'을 주문해 논의가 멈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지난달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발표를 돌연 취소한 것도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가 금융위에 보완을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 당국 수장 간 주도권 싸움이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금감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인지 수사권 부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 당시 법제처와 금융위 등은 특사경 인지 수사권 부여에 반대했었다.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도 사실상 청와대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러스트=제미나이 나노바나나2

금융권에선 올 들어 청와대의 금융 정책 기조가 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까지는 일부 정책을 제외하고 청와대가 개별 현안이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입김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청와대 의견을 전달하는 것으로 언급되는 인사가 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엔 청와대가 금융 현안 주도권을 강하게 가져가지 않았는데 올해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청와대 의견이 내려오는 과정에서 혼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