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로 다친 경상 환자(상해 등급 12~14급)가 8주 이상 치료받는 것이 타당한지 심사하는 이른바 '8주 룰(Rule)'에 드는 비용을 보험사가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

4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보험 업계는 8주 룰 관련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 산하 기관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에 양방·한방 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경상 환자의 8주 이상 치료 타당성을 심사한다. 보험사는 업무에 필요한 인건비·운영비·수수료 등을 지급한다.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 모습. /뉴스1

8주 룰이 시행되면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는 경상 환자는 진료 기록부 등을 제출해야 한다. 자배원은 자료를 토대로 치료 연장이 타당한지 심사한다.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환자는 보험금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 자비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는 자동차 보험 진료비 심사 업무 구조와 유사하다. 병원이 청구한 진료비가 타당한지 심사하는 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내 자동차보험 심사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센터를 운영하는 데 드는 인건비 등 비용은 보험사·공제조합이 부담한다.

소비자 단체·의료계는 보험사 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보험금 지급과 직결되는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모습. /뉴스1

국토부와 보험 업계는 환자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심사 비용을 고객이나 의료계에 요구할 수 없고, 세금으로 충당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도 경상 환자는 치료받은 지 4주가 지나면 진단서 등을 제출해야 추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 업계에서는 검증 없이 무제한으로 치료가 연장돼 과잉 진료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일부 고객이 과다하게 진료를 받으면 보험사의 실적이 악화하고 이는 다른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국토부는 경상 환자 치료는 8주 이내에 끝날 것으로 보고 8주 룰을 추진했다.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DB손해보험(005830)·KB손해보험)의 작년 경상 환자 중 11.4%(13만8991명)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