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가상 자산(코인) 부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기획 조사를 선포한 지 약 한 달 만에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코인이 500% 이상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가상 자산 업계에서는 이를 '가두리 펌핑(pumping)'이라고 부른다.
31일 가상 자산 업계에 따르면 비너스(XVS)와 솔브프로토콜(SOLV)은 전날 빗썸에서 각각 500%, 200%가량 상승했다. 가두리 펌핑은 특정 거래소에서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돼 입출금이 중단된 가상 자산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시세 조종 행위를 말한다. 빗썸은 솔브프로토콜과 비너스를 지난 6일과 16일 해킹 등 보안 사고 사유로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 유의 종목이 지정된 가상 자산은 입출금이 차단돼 신규 물량의 유입이 일시적으로 제한된다. 가상 자산은 국내외 여러 거래소에 상장된 경우가 많아 한 곳에서 거래소 간 가격 차가 많이 나면 싼 곳에서 매입해 비싼 곳으로 옮겨 차익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입출금이 제한되면 이런 행위가 어려워지고 유통량이 부족한 가상 자산은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인위적인 시세 조종이 가능하다. 시세 조종 세력은 이를 이용해 거래 유의 종목을 매집한 뒤 거래량을 급등시켜 매수세를 유인한다.
통상 가두리 펌핑으로 급등한 가상 자산은 폭락하는 경우가 많아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비너스와 솔브프로토콜은 이튿날 76%, 45% 급락했다. 현행법상 이상 매매로 시세 조종을 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낼 수 있다.
금감원이 지난달 9일 가상 자산 시장의 시세 조종을 근절하겠다며 기획 조사를 선포한 바 있다. 금감원은 불공정행위 기획 조사 대상으로 가두리 펌핑도 지목했다. 당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불공정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