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가상 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한국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했지만, 한국 기업의 해외 가상 자산 기업 투자는 9년째 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인수뿐만 아니라 해외 가상 자산 기업으로 송금하는 것조차 막혀 있다. 가상 자산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상장법인의 가상 화폐 거래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국내 기업이 국내 거래소에 계좌를 만들어 가상 자산을 매매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반면 국내 법인이 해외 가상 자산 거래소·발행사 지분을 사들이는 식의 투자는 막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해외 가상 자산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 송금을 시도하면 은행에 막힌다"며 "해외 가상 자산에 달러를 송금하는 건 자본 유출, 자금 세탁 위험이 높기에 허용할 수 없다는 9년 전 방침이 아직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법인의 가상 자산 투자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긴급 대책을 내리며 금지됐다. 당시 가상 자산은 명확한 규제가 없었는데, 일부 가상 자산 거래소는 이를 악용해 미성년자에게까지 계좌를 발급해줬다. 문 정부는 법인이 가상 자산에 투자했다가 가격이 폭락하면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법인의 가상 자산 투자를 금지했다.
외환 당국도 가상 자산의 법적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해외에 투자하는 건 자본 유출 및 자금 세탁 위험이 있다며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해외 자본이 국내 가상 자산 사업에 투자하는 길은 열려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3년 2월 고팍스 지분 67%를 사들였다. 가상 자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법학회장을 지낸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 변호사는 "10년 가까이 묵은 정부 방침이 아직도 산업 성장에 제약이 되고 있다. 가상 자산 산업이 성장하려면 2017년에 만든 긴급 대책을 종료하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유연함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이 한국 가상 자산 시장은 세계적인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국내 법인의 가상 자산 거래는 물론 해외 투자까지 허용돼 있다. 일본의 SBI홀딩스는 2018년 룩셈부르크 거래소인 비트스탬프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현재는 시가총액 5위 코인인 리플(XRP) 지분도 갖고 있다. 미국 갤럭시디지털도 전 세계 가상 자산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