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정식 발의 전 마지막 관문이었던 당정협의회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됐다. 여기에 6월 초 지방 선거까지 다가오면서 여당 내부에서는 "올해 중 법안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주 한 차례 연기됐던 당정협의회 일정은 현재까지 새로 잡히지 않고 있다. 여당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의 여러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당정협의회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라고 말했다. 여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도 "(당정협의회 일정은) 현재까지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일러스트=제미나이 나노바나나2

전쟁이 끝나도 급등한 유가를 비롯한 실물 경제 타격을 수습하는 일이 당정의 최우선 순위가 될 전망이다. TF 관계자는 "법안 발의까지 최소 몇 주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건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했다.

당정협의회가 빨리 열려도 순탄한 진행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TF와 금융위원회는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두고 합의안을 내놓았으나 여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반대 의견이 나온다. 입법조사처가 대주주 지분 제한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힌 뒤로는 당 내 신중론이 커지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전문가들과 업계의 반대 의견도 여전히 강하다. 지난 9일 국민의힘이 개최한 디지털자산산업 발전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가상 자산과 같은 신산업 성장 관점에서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은 혁신 동력 저하, 글로벌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 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족쇄를 찬 채 해외 기업과 경쟁하라는 꼴이다. 해외 거래소들은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가상 자산 업계의 국내 시장 잠식은 이미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9월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에서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 금액은 124조3000억원으로 2023년(45조50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거래소 원화 예치금은 6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국내 가상 자산 거래는 위축되고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로 넘어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