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 사금융 피해자를 돕기 위해 파편화되어 있던 신고와 구제 절차를 하나로 묶는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 앞으로 피해자는 여러 기관을 전전하며 같은 설명을 반복할 필요 없이, 전담자의 도움을 받아 추심 차단부터 소송 지원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고, '불법 사금융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시스템' 정식 개시를 발표했다. 그동안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 경찰, 법률구조공단 등 각 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했고, 복잡한 증빙 자료를 직접 준비하다 지쳐 구제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신고 절차를 밟는 동안에도 악질적인 추심이 계속돼 심신이 피폐해지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뉴스1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8개 권역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신용회복위원회 소속 불법 사금융 전담자 17명을 배치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어느 경로로 유입되든 전담 마크하여 피해 신고 지원, 불법 업자에 대한 즉각적인 추심 중단 경고, 채무자대리인 무료 선임 및 소송 지원, 채무조정·고용·복지 서비스 연계 등 전 과정을 '밀착 조력'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유연한 제도 운용도 눈에 띈다. 금융위는 다수의 불법 업자를 신고할 때 모든 증빙 자료를 완벽히 갖추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피해 상황에 따라 불법 추심 중단 경고나 전화번호·계좌 차단 등을 순차적으로 먼저 진행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다. 자료 보완을 기다리다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행정 편의도 대폭 개선된다. 금융위는 오는 3분기까지 금감원-신복위-법률구조공단 간 전산시스템을 연계해 피해 신고 자료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전담 인력과 상시 배치 센터를 현행 8곳보다 확대하고, 지자체 복지재단과도 협력해 상담 채널을 다각화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연 이자율 60%를 초과하는 반사회적 대부계약은 원리금 전부를 무효로 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며 "이러한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피해자 눈높이에서 돕는 종합 지원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실시된 시범 운영 결과, 시스템을 이용한 일부 피해자들은 불법 업자의 추심이 즉각 중단되는 효과를 거뒀다. 일부 업자는 불법성이 드러나자 먼저 원리금을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향후 불법 대부업 전담 사법경찰(특사경)의 업무 범위 확대 등을 위해 법무부, 총리실 등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더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 간 핫라인(Hot-line)을 구축하고 공통 매뉴얼을 공유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