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시장 점유율에 따라 지분 제한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가상 자산 거래소를 정식 인가하면서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 경우 대주주는 인가를 받으려면 초과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사가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정치권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가상 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이르면 이달 말 발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분산해 리스크(위험 요인) 발생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금융 당국의 의견을 반영해 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일각에서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금융 당국은 대주주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금융 당국은 가상 자산 거래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은행이나 증권사 등 대형 금융사가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체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 등을 토대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구상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회사와 공모펀드 등은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대체 거래소 지분을 30%까지 확보할 수 있다.

가상 자산 거래소가 대형 금융사, 재무적 투자자(FI) 등으로 주주를 구성하면 금융 당국이 적합성을 따져 인가를 해준다는 구상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분 제한이 현실화하면 금융사나 FI가 주주로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거래소 시장 점유율에 따라 지분 제한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 거래소는 대주주 지분을 15~20% 이하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현재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시장 점유율은 60~80%대 수준이다. 15% 지분 규제를 적용하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보유 지분(25.52%)에서 10%포인트 이상을 제3자에게 넘겨야 한다.

이재원 빗썸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한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스1

네이버(NAVER(035420))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 교환을 앞둔 두나무로서는 이번 지분 규제가 합병의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다.

시장 점유율 20~30% 수준인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를 소유하고 있다. 만약 지분 제한을 차등 적용받아 빗썸홀딩스가 지분을 30%까지 보유할 수 있더라도 절반 이상을 제3자에게 넘겨야 한다. 지분 제한 차등 적용 등 구체적인 방안은 법안 발의 후 시행령 등 하위 법령에 담길 전망이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상 자산 거래소가 인가를 받아 영속적인 지위를 얻으면 공공재 성격의 인프라(기반시설)가 되는 것"이라며 "거래소가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게 지분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