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62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가상 자산 거래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 자산 2단계 법) 입법 과정에서 해당 사태를 토대로 보완해야 할 점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 자산 사업자, 가상 자산 거래, 관련 인프라 등 현행 '가상 자산 이용자 보호법'에서 규제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아우르기 위한 추가 입법이다.

이 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진행한 업무 계획 발표에서 "가상 자산 전산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레거시(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상 자산 시스템에 관한 내용을 2단계 입법 과정에서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앞서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무상 지급(에어드롭) 이벤트 참여자 249명에게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했다. 총 62만원을 지급할 예정이었는데, 직원 실수로 '원'을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한 것이다. 빗썸은 아직 비트코인 125개(약 130억원)를 회수하지 못했고 금감원은 이튿날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이 원장은 "어떻게 오기입이 가능했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원인이 밝혀지면 소비자 피해 사전 예방을 위해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관한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특사경은 전문 분야 범죄 수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행정기관 공무원에게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금감원 특사경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 중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은 사건'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하도록 권한이 제한돼 있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뉴스1

이 원장은 "금감원 자본시장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민생 범죄 등 불법 사금융 분야의 특성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를 마쳤다. 인지수사권을 부여받더라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지휘하에 수사하고, 금융 거래 정보 역시 법원의 영장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사경 인지수사 시 수사 권한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만큼 엄격한 통제 장치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회계 감리나 금융사 검사 분야에서는 특사경을 도입하지 않기로 금융위와 협의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국가 기관이 돼야 하는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반대해 온 공공기관 지정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기관은 공공기관과 재정 구조가 다른 독립 기관이며, 내부 직원도 별정직이고 급여 체계도 일반직 공무원과 다르다"며 "금감원은 정치 세력이 바뀌는 것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고 본다. 공공기관은 정권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제재심의위원회에 비법조인을 늘리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조인 중심인 제재심이 다소 경직돼 있는 경향이 있다. 정책에 대한 정확성이나 현장성 관련된 부분을 고려할 수 있도록 비법조인의 구성을 강화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