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해, 경상 환자의 추가 치료 여부를 판단할 심사 주체를 보험사 외 다른 곳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규칙 상 심사 주체는 보험사인데, 한의계가 심사 공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8주 룰'로 불리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경상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을 때 보험사 심사를 통해 보험금 지급 연장·중단을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와 금감원은 일부 고객이 과잉 진료를 받아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오르면 전체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5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국토부와 금감원은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방병원협회 등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교통사고 경상 환자의 치료 기간이 8주를 초과할 때 추가 치료 필요 여부를 심사할 주체를 정하기 위한 것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6월 입법 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상해 등급 12~14급 교통사고를 당한 경상 환자의 치료 기간이 8주를 넘을 때 진단서·경과 기록·사고 충격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후 보험사가 심사해 보험금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환자가 심사 결과에 불응하면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일주일 내 심의하게 된다.
한의계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가 지급 여부를 심사하면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손해율을 낮춰야 하는 보험사는 추가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치료 수요가 줄어 한의계는 타격을 입는다.
한의계가 반발하자 국토부와 금감원은 국토부 산하 기관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보험사 대신 심사 업무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 사업의 지원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8주 룰은 최근 급격하게 오르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다. 손해보험사들은 당국의 상생 금융 기조에 맞춰 자동차 보험료를 2022년부터 매년 인하해왔다. 이로 인해 주요 보험사는 자동차 보험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보험 업계에서는 한방 병원 의료비 증가를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체 진료비의 약 60%를 한방 병원이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4308억원이던 한방 병원 진료비는 지난해 1조원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