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하드 파워'(hard power·경성권력)를 사용하는 게 달러화 패권 유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원화 가치는 최근 상당히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몇 년 내에 저평가된 가치가 일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고프 교수는 이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 주제 발표에서 "오늘 아침 베네수엘라가 침공당했다는 소식에 깨어날 줄 몰랐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프트 파워'와 대비되는 개념인 하드 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적 수단을 이용해 다른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드 파워를 확고히 하는 게 달러화에 긍정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MF가 형성된 방식, 세계은행 시스템이 형성된 방식, 또 모든 게 미국을 거쳐 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이는 미국이 크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의) 안보 우산 내에 있기 때문에 달러를 사용하는 국가들도 있지만, (하드 파워의 영향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라고 밝혔다.
로고프 교수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안전성, 사회안정 문제 등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족쇄를 모두 풀어준 채 AI 개발을 전속력으로 하도록 정책을 펼친 것도 달러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달러화에 긍정·부정 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달러화 지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그의 임기가 끝나고 한참 후에도 정답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육성 정책에 대해선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탈세와 불법 활동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달러화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고프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 후 한국 취재진과 만나 원화 가치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면서 원화 가치가 향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로고프 교수는 이번 전미경제학회 발표 자료를 준비하던 중 매우 저평가된 통화의 예시로 원화를 제시하려 했다고 소개하며 "내가 볼 때 원화는 매우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몇 년 안에 오르지 않는다면 놀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저평가된 통화 가치 저평가분의 절반은 3년 안에 해소될 것"이라며 "만약 20% 저평가되어 있다면 경험칙상 3년에 걸쳐 약 10% 정도가 해소된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