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 업계가 장기 연체자 빚 탕감 프로그램인 배드뱅크(새도약기금) 출연금 분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손보 업계에서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 대다수를 보유한 SGI서울보증은 출연금을 채권 규모 기준으로 분담하는 방식에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손보 업계에 따르면 현재 손보협회는 주요 5대 손보사(삼성화재(000810)·DB손보·현대해상(001450)·KB손보·메리츠화재), SGI서울보증과 새도약기금 출연금 분담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 대다수 손보사는 보유하고 있는 새도약기금 대상 연체 채권을 기준으로 출연금을 분담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GI 서울보증 본사 사옥. /뉴스1

SGI서울보증은 채권 기준으로 출연금을 나누면 거의 전액을 분담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현재 손보 업권이 가지고 있는 전체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 중 90%가량을 SGI서울보증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 중 생명보험사, 손보사의 합산 물량은 6400억원 수준이다.

새도약기금은 금융위원회와 캠코가 공동 추진하는 장기 연체자 재기 지원 프로그램이다. 금융권이 보유한 7년 이상·5000만원 이하 무담보 연체 채권을 채권액의 약 5%로 매입해 소각하거나 채무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새도약기금은 총 8400억원 규모로, 정부 재정 4000억원과 금융권 출연금 4400억원으로 조성된다. 은행권이 약 3600억원, 생보사와 손보사가 각각 2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가 300억원, 저축은행이 100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SGI서울보증이 손보 업권의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 90%를 갖고 있는데, 채권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180억원(200억원 × 90%)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억원(맨 왼쪽) 금융위원장이 지난 8일 오후 부산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새도약기금 소각식에서 국민대표와 소각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SGI서울보증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업 보증보험업을 하고 있다. 휴대전화 할부 보증, 전세자금 대출 보증 등 다양한 업권에서 보증보험을 판매 중이다. 보증보험은 손해보험의 일종으로 채무자인 보험계약자가 채권자인 피보험자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를 입힐 경우 보험사가 대신 보상하는 제도를 말한다. SGI서울보증이 채무자의 빚을 대신 갚은 뒤 일정 기간을 두고 회수하는 구조라 채권 보유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SGI서울보증 이외의 손보사들이 통상 공급하는 보험 계약 대출은 해약 환급금의 최대 95%까지 받을 수 있다. 이후 장기간 이자를 미납해 대출 원리금이 해약 환급금을 초과하면 보험 계약을 조기 해지할 수 있어 장기 연체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SGI서울보증을 제외한 손보사들의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 규모도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분담금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분담 여력을 기준으로 산정한 업권도 있어 이 부분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