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사의 지배 구조를 언급하며 은행장이 금융지주사 회장이 되고, 금융지주사 회장이 연임하는 행태를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과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 회장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쉽게 연임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통상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사외이사는 현 경영진이 임명하기 때문에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꾸려진다. 금융지주는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 사외이사 구성도 대폭 바뀐다.
KB금융(105560)지주는 2023년 11월 취임한 양종희 회장 체제하에서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변경됐다. 신한지주(055550)는 2023년 3월 진옥동 회장 취임 이후 사외이사 9명 중 4명이, 하나금융지주(086790)는 2022년 3월 함영주 회장 취임 후 사외이사 9명 중 6명이 바뀌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2023년 3월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뒤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교체됐다.
금융권에선 금융지주 회장들이 취임 후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해 이사회를 자신의 우호 세력으로 구성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되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일종의 참호를 구축한다"고 했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사외이사 총 32명에게 총 24억6865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1인당 평균 7715만원이다.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KB금융이 9232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지주(7804만원), 하나금융(7072만원), 우리금융(6907만원)이 뒤를 이었다.
사외이사는 매달 기본급으로 400만~500만원가량을 받고, 이사회나 위원회에 참석하면 추가로 수당을 받는다. 이사회에 참석하면 100만원, 위원회에 참석하면 50만원을 지급받는 식이다. 이사회 의장은 월 100만원을, 위원장은 월 50만원을 직책 수당 명목으로 각각 수령했다. 4대 금융 모두 사외이사에게 회의에 참석할 때 운전기사 동반 차량을 지원하고 연 1회 건강검진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이 상정한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사례는 거의 없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54회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반대표는 한 건도 없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 전에 이사회 설득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반대표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인선과 관련해 "요즘 투서가 엄청나게 들어온다. (주요 인사들이) 회장을 했다 은행장을 했다 왔다 갔다 하면서 10년, 20년씩 하는 모양"이라며 "가만히 놔두니 부패한 이너 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추위 차원에서 전문성 있는 외부 기관의 자문 등을 통해 (회장) 후보의 자격을 엄격하게 검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