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업계가 장기 연체자 빚 탕감 프로그램인 배드뱅크(새도약기금) 출연금 분담 기준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체 채권이 많은 기업은 자산 규모로 출연금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자산 규모가 큰 곳은 연체 채권 규모로 출연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신업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신용을 제공하는 것으로 신용카드업, 리스·할부금융업, 신기술금융업 등이 포함된다.

26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8개 카드사(삼성카드(029780)·신한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KB국민카드·하나카드·우리카드·비씨카드) 등 회원사와 새도약기금 출연금 산정 기준을 정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협회는 회원사들에게 자산 규모, 기본자본 규모, 연체 채권 규모 등을 출연금 산정 기준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도약기금 출범식. /뉴스1

새도약기금은 금융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공동 추진하는 장기 연체자 재기 지원 프로그램이다. 금융권이 보유한 7년 이상·5000만원 이하 무담보 연체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거나 채무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새도약기금은 총 8400억원 규모로, 정부 재정 4000억원과 금융권 출연금 4400억원으로 조성된다. 은행권이 약 3600억원, 생명·손해보험사 4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300억원, 저축은행이 100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신업권의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대부업권(6조7000억원)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제시한 새도약기금의 평균 매입가율은 약 5%다. 시장에서 부실 채권을 처분하면 약 20%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부실 채권을 시장에 넘기면 2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새도약기금에 넘기면 5만원만 받는 것이다.

기업별로 새도약기금에 연체 채권을 얼마나 낼지는 각 협회에서 결정한다. 각 기업은 연체 채권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자신에 유리한 기준을 주장하는 모습이다. 여신금융협회는 1차 회의에서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달 내 카드·캐피털 업권별로 2차 회의를 열어 다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대비 부실 채권 규모가 적은 은행권은 출연금 분담 협의가 비교적 원활하게 마무리됐지만, 부실 채권 부담이 큰 2금융권은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