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연내 소비자 민원 대응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을 새로 만들고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에 접수되는 민원 가운데 비분쟁성 민원을 각 보험협회가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개정된 데 따른 조치다. 금융 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양 협회가 민원 대응 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생보협회는 연말에 있을 인사 개편을 통해 소비자 민원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생보협회가 민원 전담 조직 신설을 검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직이 신설되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현재 당국과 소통하며 협회가 직접 소화할 민원의 종류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전산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도 함께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7월 신설한 '민원서비스부'의 인력을 현재 4명에서 내년 중 추가 확충하기로 했다. 이 부서는 기존 소비자보호부 산하에 있던 민원지원팀을 분리·격상해 신설된 조직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 접수되는 건 중 단순 민원을 협회가 신속하게 처리해 소비자 편익을 높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보험소비자 편의 제고와 제도 합리화를 위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민원 접수창구는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되지만,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단순 질의나 보험료 납입 방식 변경 등 분쟁 소지가 없는 사안을 직접 처리하게 된다. 두 협회는 시행령 발효 시점에 맞춰 민원 대응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개정안은 최근 금융 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핵심 정책 기조로 내세우면서 마련됐다. 지난 9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보험의 본질은 소비자 보호에 있다"고 강조하며 재무 건전성 유지,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사회적 책임 이행을 당부했다. 또 내부통제가 미흡할 경우 엄중한 제재를 예고하며 업계의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금융 민원 11만6338건 중 손해보험 민원은 4만365건(34.7%), 생명보험 민원은 1만3085건(11.2%) 등 총 5만3450건으로 나타났다. 보험 민원이 전체 민원의 45%로, 금융권 중 가장 많았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응답 내용이 매뉴얼로 정해진 단순 민원을 협회가 직접 처리함으로써 민원 처리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