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상호금융권에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20% 룰'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20% 룰'은 PF 사업 자금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한 시행사에만 대출을 내줄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현재는 저축은행에만 적용되고 있다. 제도 시행 시, 상호금융권에서 부동산 개발을 위한 PF 대출(본 PF)을 사실상 유일하게 취급해 온 새마을금고에 직접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연내 열릴 '2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행정안전부와 상호금융권에 부동산 PF 20% 룰을 적용하는 규제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농림축산부는 농협, 해양수산부는 수협, 산림청은 산림조합,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신협만 금융위가 감독을 맡고 있다.
부동산 PF는 분양 수익을 담보로 개발 자금을 빌리는 투자 방식이다.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공급 등의 영향으로 2020~2022년 사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사업성이 크게 악화했다. 시행사들이 대출 원리금 상환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출을 내준 금융사의 건전성도 악화했다.
현행 규정상 저축은행은 부동산 개발 사업 자금의 20% 이상을 시행사 자기자본으로 충당한 사업에만 부동산 PF 대출을 내줄 수 있다. 자기자본이 거의 없는 시행사가 사업 실패 시 손쉽게 도산하고 부실을 저축은행에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안건이 추진될 경우, 상호금융권도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 시행사에 대해서만 PF 대출을 취급할 수 있게 된다.
해당 규제는 상호금융권 중 새마을금고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권은 금융감독원 규정에 따라 본 PF 대출이 불가하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중앙회 차원의 규정을 만들어, 당시 금융사 중 유일하게 브리지론(토지 매입 단계 PF)부터 본 PF 대출까지 패키지 형태로 담당하는 형태의 상품인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을 취급했다. 이 때문에 상호금융권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의 상당 부분이 새마을금고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금융권은 최근 부동산 PF 관련 대출로 인해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지역 농협·수협·산림조합 연체율은 2022년 말 기준 1.21~2%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농협 5.07%, 수협 8.11%, 산림조합 7.46%로 급등했다. 신협의 올해 상반기 연체율은 8.36%였는데, 2022년(2.47%)보다 5.89%포인트 상승했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2021년까지는 2%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8.37%까지 크게 늘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리스크 관리 체계가 부족한 상호금융·여전·새마을금고 등은 저축은행과 같이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 요건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후 대통령 선거와 금융 당국 조직 개편 등의 이슈로 검토가 한동안 지연됐으나, 이번 협의회에서 다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호금융권 전반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규제 적용을 검토 중"이라며 "상대적으로 익스포저 수준이 높은 금융사에 더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