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눈가를 만지고 있다. /뉴스1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국감장에서 수뢰 의혹과 보은 인사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다. 강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는 동시에 사퇴 요구까지 받으면서 농협이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24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강 회장에 대해 "농민 대통령이 불법 비리 의혹으로 수사받아야 하나. 인사 비리 의혹에 뇌물 수수까지 농협이 비리 백화점인가"라며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퇴 의향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강 회장은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거듭 말씀드렸다"면서 "여러 일련의 수사를 받고 있어 수사 과정에서 명백하게 밝히겠다"라고 답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5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강 회장은 작년 1월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경찰은 강 회장이 2023년 말 농협중앙회장에 출마해 당선이 유력하던 시기에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대표 A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의 현금을 받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농협의 상무급 22명 중 18명이 강호동 회장의 선거 캠프 출신인 '낙하산 인사'라면서 "경찰의 (중앙회장 집무실) 압수수색은 내부적으로 자초한 면이 있다. 선거 도와준 사람에 대한 보은 인사가 그런 의혹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강 회장이 상임(상근) 임원인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면서 취임 이후 1년 6개월 중 출근한 날은 단 40일에 불과했지만 5억원 가까이 급여를 수령하며 겸임 제도를 악용한 점도 지적했다.

서울 중앙농협 김충기 조합장이 2023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전 조합원에게 금 15 돈 지급과 무료 해외 견학을 공약으로 내걸어 최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일도 거론됐다. 김 조합장은 당선 이후 조합원들에게 골드바를 지급했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은 "상식의 문제"라면서 "금 15 돈은 매수"라고 말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세 차례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로 800여명이 처벌받았는데 금품선거가 계속된다"면서 "농협의 도덕적 해이가 갈수록 심각해진다"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조합장 선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또 "충남 서천군 장항농협 조합장이 여직원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갑질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농협중앙회가 이를 방관하고 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강 회장은 "지역 농협의 비리와 여러 문제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 "일련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도도 하고 제재도 하겠다"고 했다.

농협 상호금융 등의 부실이 심화한 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농협 상호금융 총 연체금액은 지난해 말 9조5000억원에서 6개월 만인 올해 6월 말 거의 18조원으로 급증했다. 농협 상호금융의 공동대출 연체율은 19.2%로 집계됐다.

농협의 경제사업도 적자가 심각하다. 지난해 농협경제지주 산하 11개 자회사 중 4곳이 적자를 기록했는데 특히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이 각각 398억원과 352억원의 적자를 내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