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강 회장은 녹취 공개에도 "경찰에 소상히 밝히겠다"라고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 회장에게 "송파 소재 벤츠 안에서 5000만원, 그리고 2023년 12월, 서울역 인근에서 5000만원 해서 1억 직접 수수하시는 것으로 수사됐다"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어 강 회장이 합천 율곡조합장이던 당시 2000만원을 받은 의혹이 담긴 전화 녹음을 공개했다. 녹취에서는 금품 제공자로 추정되는 자가 "(강 회장에게) 돈을 줬다는 말인가. 얼마를 줬느냐"라고 말하자 상대가 "2000이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경찰에 가서 설명하겠다"라고 답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언론 보도를 보면, 농협유통에 경비·미화 용역을 제공하는 업체 대표로부터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 대표를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임 의원은 이어 "의원실에 제보가 들어왔다. 돈을 건넸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취임식 초청도 못 받자 불만이 높아지던 와중, 10월25일 농협유통이 나라장터에 25년도 경비·미화 경쟁입찰 공고를 냈다"며 "이에 화가 난 업체 대표가 회장님에게 '저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습니다. 회장님은 지킬 게 많으시지요'라는 문자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경찰에 소상히 밝히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5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강 회장은 작년 1월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경찰은 강 회장이 2023년 말 농협중앙회장에 출마해 당선이 유력하던 시기에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대표 A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의 현금을 받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