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예금자 보호 한도가 9월 1일부터 24년 만에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오르면서 이자율이 높은 제2금융권으로 대규모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은행과 2금융권 간 금리 차이가 크지 않아 아직 머니무브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9월 말 저축은행 예수금은 105조원으로,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이후 한 달간 2조6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말 대비 2.6% 늘었다. 일평균 예수금 증가액을 보면 8월 한 달간 하루 평균 443억원 늘던 예수금은 예보 한도 상향이 시작된 첫 1주일간인 9월 1일부터 7일까지 1265억원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8일부터 30일까지는 다시 하루 평균 700억원대로 떨어졌다. 한도 상향 시행 전부터 저축은행 예수금은 완만하게 증가했으며 시행 직후 일시적으로 예수금이 높게 증가했으나 곧바로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다. 예수금 계정별로 보면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 기타(정기적금 등) 항목이 고루 늘면서 특이 사항은 없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예보 한도 상향 시 2금융권, 특히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25%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간 출혈 경쟁도 우려했다. 그러나 예보 한도 상향 한 달이 되었지만 예수금은 이전과 비슷한 추이로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한도 상향에도 저축은행은 눈에 띄는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조차 수신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예금 보험료 인상 등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특히 금융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저축은행에 연체율 관리 및 건전성을 요구하고 있어 저축은행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영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저축은행은 고객에게서 받은 예금을 대출 등으로 굴려 수익(예대 마진)을 내야 하는데, 경기 불황과 10·15 부동산 대책 등의 여파로 기업·개인의 대출 수요도 줄어든 상태다.

전반적인 금리 인하기라 은행과 2금융권 예금 상품 금리가 크게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81%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단리) 최고 금리가 2.50~2.55%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차이가 없다.

자금 이동 효과가 미미함에도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에서 거둬들이는 예금보험료는 인상될 예정이다. 예보는 현재 '보호 한도 상향에 따른 예금보험기금 목표 규모 및 예금보험료율 재산정 연구용역' 업체 선정을 진행 중이다. 예보는 업권별 예보료율 한도 차등화 방안도 검토하고, 기금 건전성 제고를 위한 특별 보험료 부과 방안도 추진한다. 인상 시기는 2028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