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새마을금고. /뉴스1

올해 상반기 전국 새마을금고 1265개 중 174개(13.8%)가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을 수 없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금고도 2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금융 창구 역할을 한다던 새마을금고가 가계대출 대신 고위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대출을 늘린 탓이다.

4일 조선비즈가 전국 1265개 새마을금고의 올해 상반기 정기공시를 취합한 결과, 자본잠식 상태인 금고는 174개였다. 자본잠식 금고가 가장 많은 지역은 부산(25개)이었다. 경기는 24개, 대구는 20개였고, 서울은 18개로 집계됐다. 자본잠식은 적자가 누적돼 그간 축적한 수익금이 모두 사라진 것을 넘어 회계상 고객이 납입한 출자금까지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자본잠식 금고 174개 중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금고는 22개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8개(봉산·대평·신천·다사·불로봉무·큰고개·대신·대성)로 가장 많았고, 부산은 5개(부산제일·부산주례·백양·반여2·3동·거제4동), 서울(등촌동·옥수)·경기(북부천·세화)·전남(함평천지·나주동부)은 각 2개였다.

자본잠식은 아니지만 이익잉여금이 결손(마이너스) 상태인 금고는 127개였다.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금고가 지금껏 벌어들인 수익이 모두 사라졌다는 뜻이다. 이 상태로 적자가 계속되면 자본잠식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9곳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18곳)과 대구(8곳)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부실채권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두 자릿수를 넘긴 금고는 438개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 중구의 봉산새마을금고는 65.5%를 기록했다. 이 금고는 자본합계가 -559억원으로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그 밖에 대구 서구의 대평새마을금고(62%)와 대구 동구 신천새마을금고(41.6%) 등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를 넘기면 위험 신호로 평가된다.

그래픽=정서희

◇ 부동산 부실 PF로 역대 최악 적자

다수 금고의 자본금이 잠식되고 있는 것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악의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 새마을금고는 1조328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기 실적 기준으로는 1963년 창립 이후 최대 적자다. 직전 최대 적자 기록인 지난해 상반기(-1조2019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1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영향으로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상황이다. 부동산 PF는 분양 수익을 담보로 개발 자금을 빌리는 투자 방식이다.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늘어난 공급 등의 영향으로 2020~2022년 사이 빠르게 성장했다. 당시 시중은행은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부동산 PF 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아,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 수요가 몰렸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PF 시장은 금리상승, 고물가와 고환율 등 대내외 여건 악화에 따른 미분양 증가, 원가 상승, 분양률 하락 등 문제에 직면했다. 시행사들이 원리금 상환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출을 공급한 금융사의 건전성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은 건전성 회복을 위해 부동산 PF 부실채권 정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2000억원대 흑자를 냈고, 1분기 9%대까지 치솟았던 연체율도 7%까지 하락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 연체율 8.37%를 기록해 지난해 말 대비 1.56%포인트나 높아지며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 치중했고, 여기에 부실 관리마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부실 지속되면 고객에게 피해 전가

현행법에 따라 금고에 손실이 나면 특별적립금·임의적립금으로 해결하지 못한 손실을 다음 사업연도로 이월한다. 이때 손실 규모가 너무 커지면 고객이 납부한 출자금을 줄일 수 있다. 출자금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만약 새마을금고가 출자금으로 손실을 보전하지 못하면, 예금자는 보호한도 1억원을 초과하는 예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건전성이 악화한 금고를 다른 금고와 합병시켜 부실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인접한 지역의 금고가 부실을 흡수할 만큼 더 크지 않다면, 합병조차 어려워진다.

새마을금고는 현재까지는 부실을 감당할 여력이 있어 예금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돼 일부 금고가 파산에 이르게 되면 예금자 자산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새마을금고 부실 사태에 대한 관리·감독을 직접 지시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새마을금고가 사실 관리 감독 사각지대 같다"라며 "금융위로 (관리감독 책임을) 넘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던데, 행안부가 관리하다 보니 지자체에 위임돼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업황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신 금리 인하 등 비용 절감과 내부 효율화 노력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