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캐피털사 중 절반 이상은 현재 적립한 대손충당금으로 부실채권을 메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영향과 국내 자동차 시장의 침체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대출금이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비용으로 적립해 두는 금액으로, 이익에서 차감되는 구조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할부금융사, 리스사 등 캐피털사 51곳 중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이 100% 이상인 곳은 총 23곳(45.1%)이었다. 지난해 1분기 32곳(62.7%)과 비교하면 9곳이 줄었다.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보다 부실채권이 더 많은 캐피털사가 절반이 넘는다는 의미다. 쿠팡이 소상공인 대출 중개를 위해 만든 '쿠팡파이낸셜'을 제외하고 대손충당금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파이오니어인베스트먼트(22%)'였다. 메리츠캐피탈(46%),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49%) 등이 뒤를 이었다.
여신금융사는 고정이하여신 부실 정도에 따라 20~100%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며, 이 범위를 초과하는 추가 적립 여부는 각 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캐피털사는 주력인 자동차 금융 시장 성장세 둔화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KB·신한·우리·하나캐피탈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702억원으로 전년 동기(4367억원) 대비 38.1%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분기 자동차 내수 판매량이 38만8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했으나, 이는 전년도 감소세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37만8000대로 전년 대비 9.6% 줄었다. 신차 구매지원 종료,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캐피털사는 수익성 악화로 부실채권 증가율에 맞춰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여력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1분기 주요 캐피털 14개사 고정이하자산비율을 3.9%로 집계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부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증가로 인한 결과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적립 방침이 다르지만, 업황이 좋지 않아 대손충당금에 쓸 자금 여력이 떨어진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