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의 저축성 보험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회계기준(IFRS17) 시행 이후, 생보사가 실적 개선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6일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생보사 11곳의 저축성 보험 수익은 6조1976억원이었다. 전년 동기(7조5230억원) 대비 17.6% 줄었다. 전체 수익에서의 비중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생보사 일반계정 전체 원수 보험료에서 올해 1분기 저축성 보험의 비율은 19.9%였다. 전년 동기 대비 7%포인트 감소했다.
일반 계정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돈으로 직접 수익 운용을 하면서, 위험 부담도 보험사가 부담하는 상품이다. 변액보험같이 가입자가 투자 성과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특별 계정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대부분의 보험 상품은 일반 계정에 해당된다.
2023년 말부터 시행된 IFRS17 회계 제도에서는 이전 기준과 달리 저축성 보험이 즉시 부채로 인식된다. 저축성 보험은 대부분 가입자가 사고를 당해 보상을 받지 않는 이상, 만기를 채우고 원리금을 돌려받는 구조다. 만기 시 보험금을 돌려주지 않는 보장성 보험과는 상반된다. 저축성 보험 판매가 늘어 회계상 손실이 증가하게 되면 보험사의 핵심 지표인 지급여력비율(킥스)도 줄게 된다.
현재 회계 기준상으로는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는 것이 계약서비스마진(CSM) 상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CSM 상각은 보험사가 미래 예상 이익을 일정 기간에 걸쳐 분할해 인식하는 과정을 뜻한다. 예를 들어 보험 계약이 10년간 유효하다면, 10년 동안 얻는 수익을 일정하게 나눠 회계에 반영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은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생보사가 거둬들인 보장성 상품 원수보험료는 14조68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다. 일반 계정 전체 원수 보험료 중 비율도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늘어난 47.2%를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계상 손실로 인식되는 저축성 보험 판매가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생보사들이 킥스 비율 관리 차원에서 저축성 상품의 판매 비율을 점차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