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챗GPT 달리

주요 손해보험사가 장기 보험(가입기간 3년 이상) 판매 확대를 위해 전속 설계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점차 커지면서, 이를 만회하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속 설계사는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보다 특정 보험사의 상품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 13곳의 올해 1분기 전속 설계사는 12만658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어났다.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설계사가 늘어난 곳은 하나손해보험(50.6% 증가)이다. 이어 메리츠화재(41.6% 증가), 롯데손해보험(23.3% 증가)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1분기 손보사 13곳의 전체 원수보험료(26조3650억원)에서 장기보험의 비율은 68%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늘어났다.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자동차보험은 19%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감소했다.

자동차보험의 원수 보험료 비율이 감소한 것은 금융 당국의 압박으로 손보사가 꾸준히 보험료를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일종의 의무보험이다. 이 때문에 상생금융 실천을 목표로 하는 당국의 보험료 인하 압력이 지속됐다. 보험사는 2022년부터 자동차보험료를 1~3%가량 꾸준히 인하해 왔고, 올해는 0.8% 수준의 평균 인하율이 예상된다.

올해 1~5월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2.8%(4사 단순 평균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3.2%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손해율 80%를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이를 초과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손보사 입장에서는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손실이 더 커진다.

보험사 입장에서 의무 보험인 자동차보험 가입자 규모를 줄일 수는 없는 만큼, 수익성 보전을 위해서는 장기 보험 판매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보험은 온라인 채널로 주로 판매되는 반면, 약관 등 상품 구조가 복잡한 장기 보험은 대부분 대면을 통해 가입이 이뤄진다. 장기 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대면 상담이 가능한 전속 설계사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속 설계사는 GA 소속 설계사와 달리 한 회사의 상품만 판매하는 만큼, 자사 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다.

올해 1월 메리츠화재의 전속 설계사 모집 앱 '메리츠파트너스'의 이용자가 4000명을 돌파했다. /메리츠화재 제공

손보사는 전속 설계사 모집을 확대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부터 자사 위촉 설계사면 롯데카드 모집인으로도 동시에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는 보험 설계사 모집 플랫폼 '원더'를 출시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설계사가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플랫폼인 '메리츠파트너스'를 출범하기도 했다. 한화손해보험도 2020년부터 비대면으로 보험설계사를 모집하고 교육까지 진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 중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으로는 직접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손보사들이 장기 보험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전속 설계사 없이는 판매 확대가 어려운 만큼 모집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