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카드사의 최대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금융 당국의 조치로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카드사에 수수료 추가 인하까지 요구하면서 카드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최근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카드론 수요까지 줄면서 카드사 수익성 악화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나이스신용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신용카드사 7곳(우리·KB·롯데·삼성·신한·하나·현대)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조274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713억원) 대비 7.1% 감소했다. 1분기 기준으로 7개 카드사의 전체 카드 수익(4조6551억원)에서 가맹점 수수료 비율이 27.4%로 가장 컸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가 줄어든 것은 영세·중소가맹점에 우대 수수료율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신용카드가맹점 305만9000개, 결제대행업체 하위가맹점 181만개, 택시사업자 16만6000명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매출 3억원~30억원 사이인 가맹점의 기존 카드 수수료를 구간별로 기존 대비 0.05~0.1%까지 낮췄다.

영세·중소가맹점이 아닌 일반 가맹점(연 매출 30억원 초과)에 대한 수수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전반적으로 수수료가 인하되는 추세인 만큼, 일반 가맹점 수수료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카드업계는 보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카드 수익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카드론 수익은 1조3230억원으로 11.6% 늘었다.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이 줄자, 카드론 사업 확대에 주력한 것이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이달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로 카드론 수익 확대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DSR은 연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로, 대출 가능 한도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 상승을 가정해 실제 수치보다 높은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 보다 보수적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이번 달 시행된 DSR 3단계로 카드론은 금액과 무관하게 신규 취급 시 곧바로 스트레스 금리 1.5%가 적용된다.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카드론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수수료 추가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며 카드사 수익성은 한층 더 위축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정부의 주요 공약인 12조원대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시행을 앞두고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더 낮출 것을 요구했다. 소비쿠폰은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만 쓸 수 있다.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 대부분은 이미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데, 추가 인하까지 할 경우 카드사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 특성상 새로운 수익원을 확대하기가 어려워,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