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A생명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 B씨는 2016년 한 요양병원 관계자들과 공모해, 영수증상 병원비를 허위로 부풀렸다. 이후 보험금을 청구해 모 보험사로부터 773만원을 받았다.
C손해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 D씨는 2015~2017년 동료 설계사와 공모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우연으로 일어난 것처럼 위장한 뒤 보험금을 청구했다. 실제론 사고가 없었음에도, 대중교통에서 내리다 다친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2년간 여러 보험사로부터 3949만원을 챙겼다.

최근 보험사기 규모가 커지면서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주요 기관이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보험사가 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내부 교육 강화에 나섰다.

8일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사기 범죄에 대한 제재를 받은 건은 총 47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이 보험 설계사에 제재를 가한 건은 없었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판결이 끝나 혐의가 확정된 보험 사기 건을 검토하고, 자체 기준에 따라 규모가 큰 건에 대해서만 제재를 진행한다. 올해 제재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큰 규모의 보험사기가 점차 늘고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02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338억원(3%) 증가했다. 제재를 받은 설계사는 영업을 2~3개월간 정지당하거나, 설계사 자격 자체를 취소당하게 된다.

경찰청도 올해 5~10월까지 보험사기에 대한 특별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혐의자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등을 금감원을 통해 제공받아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설계사가 조직 형태로 범죄에 연루돼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빈도가 늘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올해도 범죄 금액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도 적발 건수가 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실시된 보험사기특별법 혐의로 검거된 병원장 및 조직폭력배, 브로커 등 일당 174명에 대한 브리핑 현장에 가짜 환자 병원 의무기록과 보험금 청구 서류 등 압수품이 공개돼 있다. /뉴스1

주요 보험사도 예방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해상은 올해 정기 교육 외에 보험사기 방지와 범죄 제보 활성화를 위한 전속 설계사 대상 강의를 추가 편성했다. 한화생명은 올해부터 불완전판매 현황을 분석하고 소비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설계사에게 교육하고 있다. 또 각 지역의 영업 현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약서 자필 여부, 변액보험 적합성 진단 등도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본사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조직 운영을 강화하고, 영업 현장을 방문해 미스터리 쇼핑(품질 점검을 위해 소비자인 척하고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화재도 설계사를 대상으로 월별 준법 교육을 실시하고, 모집 활동 적정성 검토를 위해 미스터리 쇼핑도 수시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재를 받는 설계사는 일부에 불과해 수익성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계약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보험사들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